책갈피 두번째 에피소드

김동석원장의 책갈피(179) 지적인 사람

수리수리동술이 2011. 11. 13. 22:21

지적인 사람

 

 우리는 '지적'인 사람이란 소리를 들으면 좋아합니다. 아는게 많아 보이고 스마트해 보인다는 소리니까 이런 말을 듣는 것은 그만큼 '똑'소리나는 사람일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지식인이라 일컬어지는 지적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을 보면 우린 '지적'인 사람이길 기대하게 됩니다. 학자, 예술가, 교사, 변호사, 기술자, 일부 사무직원, 의사, 저술가, 저널리스트 등 지식인은 사회가 계급으로 분열되어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분리가 생기고 오직 정신노동에만 종사하는 사람이 나타나게 됨으로 탄생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식인은 생산조직 내에서 어떤 독자적인 역할을 한다기 보다는 여러 계급에 소속된 사회계층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어떤 계급의 개념으로 보기에는 사회가 이젠 너무 현대적으로 변했지요. 따라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던지 '지적'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능을 가진 것은 비단 사람뿐은 아니겠지만 분명 지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사람밖에 없습니다. 즉, 위대한 자연속에 사는 동물들도 그것을 보면서 감동해서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며 음악을 작곡하고, 감상하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사회평론가 얼 쇼리스는 이런 인간의 특성에 주목, 가난한 소외계층이 범죄를 저지르는 근본적인 원인이 '지적인 삶의 부재'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레서 클레멘트코스라는 교양강의를 제작해서, 수 많은 범죄자들의 인생을 바꿔 놓습니다. 배움을 통해서 지적 생활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자 흉악한 범죄자들조차 자존감을 회복하면서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되었고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렇듯 지적인 생활은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적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그것에 대한 일부분의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출판된지 수십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이 분야의 필독서로 거론되고 우리나라에 이렇게 오래된 책이 소개된 것은 그만큼 이 책이 이 분야의 고전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단숨에 읽어내려갔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동서양에 대한 폭넓은 학식과 깊은 통찰력으로 문학, 역사, 사회, 경제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야말로 '지적인' 와타나베 쇼이치 교수입니다. 저자는 지적생활에 대해서 다양한 자신의 의견과 많은 지성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적생활이란 자신을 비롯한 일부 지식인들이 학문에 매진하면서 사는 삶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즉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지적 만족감을 느끼는 삶을 말하며, 넓은 의미로는 지식의 축적과 배움의 생활화를 뜻합니다. 우리는 바쁜 일상을 살면서 우리안의 내재된 지적본능을 너무 잠재우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본능을 깨우고 발전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지적생활의 핵심은 '책'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지적생활이란 '꾸준하게 책을 사들이는 삶'이라고까지 이야기합니다. 자신만의 도서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수입이 많으면 욕심껏, 적으면 형편에 맞게, 하지만 꾸준하게 책을 사는 것이 지적생활자의 기본자세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책을 쌓아둘 만한 공간', 즉, '나만의 라이브러리'가 필요하단 것입니다. 이 개인도서관은 그것의 크기 보다는 '독립성(independency)'이 중요합니다.

 

다소 현실적이지 못한 이야기로 비쳐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말들은 무척 설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방을 만들어 주기 보다는 부모의 서재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는 백배 공감하고 읽었습니다.

 

여러분은 자신만의 라이브러리를 가지고 있습니까? 그것이 꼭 공간이 아니더라고 자신만의 소장책, 자신만의 책꽂이가 있으십니까? 지적생활을 하고 싶으시다면 아는 '척'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도서관을 꼭 만들어야 합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서재를 엿볼 수 있는 <지식인의 서재>란 책도 이와 병행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