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CELESS
전쟁영화를 보면 총을 들고 적을 향해서 난사하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뿐 대부분 전장에서는 몸은 숨기고 총구만 내밀고 마구 쏴댄다고 합니다. 자신의 몸을 적의 총구에 절대로 노출시키고 싶지 않은 심리 때문입니다. 목숨이 달린 것이니 아까운 총알을 낭비한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 문제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결국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총이 있습니다. 바로 굴절형 소총(코너샷)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스라엘, 미국에 이어서 세계에서 3번째로 독자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이것은 총신이 꺾여 있어서 사수가 벽이나 모퉁이에 숨어서 적의 총구에 노출되지 않고 총을 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은 사실 진작 개발되었어야 했을 겁니다. 곧 실전배치된다고는 하지만 이제 조만간 적군과 아군 모두 이런 총을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총으로 싸우는 것은 승산이 없을 수도 있겠네요.
이런 무기가 만들어 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강한 욕구 때문입니다. 이런 욕구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인간이 가진 기본적이고도 가장 강렬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총알이 빗발치는 곳에 자신의 몸을 드러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전장에서 생명에 대한 욕구가 최고로 강한 것처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런 강한 욕구를 이용하는 마케팅이 있습니다. 즉 절대적인 욕구를 자극함으로서 지갑을 열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마케팅입니다. 성공한 제품들 대부분은 이런 욕구를 건드린 것입니다. 이것을 자극하지 못하면 잠깐은 뜰 수 있어도 지속적으로 생존하기는 힘든 것이 최근의 소비자들의 모습입니다.
소비자는 이런 기본적이고 강한 욕구를 느낄 때 주저하지 않고 지갑을 엽니다. 이런 욕구를 해결해주는 것이 장기적인 성공을 위한 마케팅 기법입니다. 최근 이런 욕구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바로 DBR(동아비지니스리뷰 No.68)에 실린 WIT대표 신병철님의 글입니다. 여기에서는 이런 강한 욕구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바로 ‘불확실성 회피’, ‘소중한 사랑’, ‘자기 고양 욕구’ 입니다.
○ 불확실성 회피 심리 자극
최근 유기농 과자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정 브랜드는 시장에 나오자마자 5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성공 이유는 대한민국 엄마들의 이런 절대욕구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아기를 둔 엄마들은 과자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집니다. 건강에 좋지 않은 식품첨가물로 인해 과자의 안전을 확신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과자를 좋아하지만 엄마는 먹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이걸 해결해 준 게 유기농 과자 시리즈인 것입니다. 유기농 과자를 출시한 업체들은 안전한 원료로 제대로 만들었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고 엄마들은 불확실성을 제거해 준 이런 제품에 가격이 비싸더라도 기꺼이 지갑을 열었습니다.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매우 싫어합니다. 어떤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이익이 많더라도 미래가 불확실하다면 그것을 고를 확률은 뚝 떨어집니다. 따라서 신제품을 기획하거나 마케팅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 소비자가 느끼는 불확실성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 것입니다.
○ 사랑에 대한 갈망에 부응하는 마케팅
마스터카드는 ‘소중한 사랑’을 주제로 한 광고로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약 10년간 지속되고 있는 ‘프라이스리스(Priceless·돈으로 살 수 없는 감동의 순간)’ 마케팅 캠페인이 그 예입니다.
프라이스리스 캠페인 가운데 대표적인 광고에는 갓난아이의 발바닥을 클로즈업해 놓고 ‘당신의 딸아이가 첫 걸음을 떼는 걸 보는 순간의 즐거움이란…. 그것은 값으로 따질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마스터카드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소중한 대상에 대한 사랑입니다. 현대인의 삶은 힘겹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소중한 사랑인 것을 모두 느낍니다. 그 감성에 호소화는 것입니다.
당신의 제품이 어느 영역에 있든지 감동이 느껴지는 소중한 사람과의 사랑을 접목해 보세요. 그러면 소비자는 곧바로 반응할 것입니다. 과거 오리온 초코파이의 ‘정(情)’이 그랬고 경동보일러도 그런 감성적인 마케팅을 이용했습니다. 남은 문제는 나의 제품과 소중한 사랑을 어떻게 접목해야 하는가입니다.
○ 자기 고양 욕구 공략
사람은 언제 자살충동을 느낄까요? 자신이 더는 멋진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을 때라고 합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내세울 게 없다면 존재 이유가 없어집니다. 이 말을 뒤집으면 사람은 언제나 잘난 척하고 싶어 한다는 뜻입다. 이를 ‘자기 고양 욕구(Need for Self-Enhancement)’라고 합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주요한 원동력입니다.
어리면 어린 대로, 늙으면 늙은 대로 잘난 맛에 살아갑니다. 늦은 밤 술집에서 같은 얘기를 하고 또 하는 사람들의 가슴 밑바닥에는 무슨 결핍이 숨어 있을까요? “나 멋진 사람이야. 이건 네가 인정해야 해.” 이 말을 하고 싶은 겁니다.
소비자들은 실제 필요보다 기능이 더 많고 비싼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어떤 제품이 필요한가”라고 질문하면 불필요한 기능은 빼고, 싸고 실용적인 제품이 필요하다고 답합니다. 하지만 실제 구매 순간에는 비싼 제품을 삽니다. 사람은 스스로 멋져 보이는 곳에 돈을 지불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마케터들이 해야 할 일은 어떻게 소비자의 ‘잘난 맛’을 살려줄 수 있는가입니다. 구매 전, 구매 중, 구매 후, 사용 후, 이 모든 순간에서 소비자의 자기 고양 욕구를 충족시켜 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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