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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원장의 책갈피 (142) 버리기

수리수리동술이 2010. 12. 12. 01:50

버리기

 

 한 해가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12월입니다. 이 맘때가 되면 늘 "세월이 참 빠르다... 벌써 12월이네... 한 살 또 먹네..."하면서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합니다. "시간은 인간이 소비하는 것 중에 가장 비싼 것"이라고 말했던 철학자 테오프라스토스의 말을 절감하게 되는 때입니다. 젊었을 때에는 시간이 이렇듯 빠르게 지나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이 마흔을 넘기고 나니 세월이 정말 빠르게 지나는 겁니다. 저만 그런줄 알았는데 나이드신 분들은 죄다 그렇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세월의 속도가 10대에 시속 10km였다면 40대는 40km, 60대는 60km로 느껴진다는 겁니다.

 


 의사들은 나이와 세월의 속도감에 대한 정확한 의학적 자료는 없지만 정신적으로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김어수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나이가 들며 세월이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마치 맛있는 주스를 마실 때 컵에 남은 양이 적어질수록 한 모금 마실 때 더 많이 없어진다고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습니다. 이강준 일산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개인의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늙어감에 따라 해야 할 것들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이 작용하고 노화 과정으로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 처리속도가 늦어져 시간이 빠르게 느껴질 수 있다"며 "최근 정보통신기술이 매우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 것도 과거보다 세월이 더욱 빠르게 흐른다고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로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는 이들도 점차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교수는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 인생이 허무하다고 느끼고 불안감ㆍ초초감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노인 환자가 늘고 있다"며 "자신이 계획한 일들이 잘 안 될 경우 우울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 명상가의 말이 생각납니다.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과거로부터 축적되어온 정보량이 잡음이 되어, 현실의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새로운 정보를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즉, 너무나 많은 생각들 때문에 지금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지 못한다는 겁니다. 시간의 밀도감각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기존의 생각을 버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코이케 류노스케의 <생각 버리기 연습>을 읽었습니다. 제목이 <생각 버리기>가 아니라 '연습'이라는 말이 들어간 이유를 읽고서 알았습니다. 연습하지 않으면 잘 안되겠더라구요.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더 많아졌으니까요. 이 책에서는 버릴 수 없다라는 생각 자체가 '무명(無明)"을 키운다고 이야기 하면서(무명 : 진리의 빛이 비추어지지 않는 혼란한 상태) "버릴 수 없어 두는 것이 늘어날수록 기억의 데이터베이스도 점점 복잡해지고 기억할 수 없는 것도 늘어난다. 기억할 수 없는 것이 늘어나면, 현재 자기 마음의 상태를 인식하는 능력, 자신의 마음을 구석구석까지 넓게 훑어보는 능력, 자기 통제 능력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2011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새로움으로 채우기 위해서는 채울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새로운 행복이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을 위해서 묵은 생각들은 버립시다. '버리기'는 12월에 가장 필요한 덕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