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크리스마스 이브 때 서울의 한 백화점에 들렀습니다. 미처 미리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백화점 주변은 주차장을 방불케했습니다. 각 층마다 선물을 사려는 사람과 사달라고 하는 사람들로 초만원이었습니다. 백화점과 쇼핑몰의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는 이처럼 선물을 고르는 사람들로 늘 붐비고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이야기 합니다. "저는 현금으로 주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라고 말입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대부분 마음에 들지 않는 선물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제학적인 관점으로 볼 때 이 선물이라는 것이 그리 합리적이지 않지요. 시간을 들여서 고민해서 선물을 고르더라도 상대의 마음에 쏙 드는 선물을 하기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렵고 돈은 많이 드는데 비해서 그리 좋은 소리도 못들으니 말입니다.
이런 선물이 가지는 비효율성을 실증적으로 연구한 것도 있습니다. 미국의 예일대 학생들을 상대로 경제학자인 조엘 왈드포겔 박사가 한 조사입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선물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했을 때 10~33% 정도가 사중손실(死重損失 - deadweight loss)을 입는다고 합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만약 누군가가 고민해서 100만원짜리 선물을 사 주었다고 해도 그 선물을 받는 사람은 그 가치를 67~90만원 정도로 평가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것일까요? 이런 논리라고 한다면 100만원 가치 그대로를 현금으로 전해주는 것이 나은 것이니 말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경제적인 논리와 숫자의 계산으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이 기계화, 디지털화 되고 정확한 숫자가 주는 신뢰가 크다고 생각되더라고 이 모든 것을 움직이고 조정해야 하는 것은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선물이 가지는 경제학적인 손실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현금보다는 선물을 선호하고 선물을 사려는 사람으로 이맘때면 장사진을 치는 이유는 바로 선물이 가지고 있는 정서적인 가치 때문인 것입니다.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 관심을 가지고 또 고민하고 다리가 아프도록 돌아다니며 발품을 파는 정성은 돈으로는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것이지요.
모든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다름아닌 '사람'입니다. 우리는 직원들이 일에 몰두하고 최선을 다하도록 독려하고 또 헌신적인 모습을 끌어내려고 많은 방법을 동원합니다. 그 중 단연 선두인 것은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금전적 보상(monetary incentive)제도 입니다. 흔히 인센티브제도라고 부르는 이것은 회사가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 주는 선물같은 것입니다. 가끔은 이런 돈이 사중손실되어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으로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금전적인 보상보다는 감동을 줄 수 있는 다른 선물이 뭘까 고민해보게 됩니다. 여러분도 남편이나 아내, 자녀들, 부모님, 형제자매,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선물을 고민해 보세요. 꼭 유형의 물건이 아니어도 됩니다. 상사가 전해주는 따뜻한 격려의 한마디, 동료간의 따뜻한 말 한마디, 활기찬 분위기를 위한 조직의 문화 등 우리 모두에게는 큰 힘이되고 '현금'보다 더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따뜻한 말이란 것이 몸에 배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해지지 않습니다. 이것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따뜻하게 말하는 것에 대해서 잘 가이드를 해주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이정숙님의 '따뜻한 말의 힘'입니다. 이 책에는 따뜻한 말을 잘 하는 사람의 특징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첫째, 모든 사람을 인격체로 바라본다. 둘째, 분노를 다스릴 줄 안다. 세째, 말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다. 넷째, 말을 거르는 체가 있다. 다섯째, '나'중심적이지 않다. 여섯째,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남다르다 는 겁니다. 특히 이 책 Chapter 4.에서 이야기하는 차가운 말과 따뜻한 말의 비교는 실제로 자신의 대화를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당신의 말... 온도가 몇 도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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