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두번째 에피소드

김동석원장의 책갈피 (133) 나눔

수리수리동술이 2010. 10. 2. 01:48

나눔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습니다. G20 즉 20개국의 나라가 선정된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흔히 G7이라고 부르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를 포함하는 서방 선진공업국이 모여 세계경제를 통제하려고 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가 더해져 G8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브릭스(BRICs)파워가 크게 부상하고 넥스트11(Next11)이라고 불리는 한국, 멕시코, 터키, 인도네시아, 이란, 파키스탄, 필리핀, 나이지리아, 이집트, 방글라데시, 베트남도 무시할 수 없는 신흥 이머징 마켓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결성된 것이 이 모든 나라를 아우를 수 있는 조직인 G20인 것입니다.

 

 따라서, G20에 포함되는 나라는 G7국과 브릭스 4개국, 아르헨티나, 호주, 인도네시아,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 터키 그리고 유럽연합(EU) 의장국이 포함됩니다. G20국가의 GDP가 전 세계의 85%를 차지합니다. 세계경제가 이제는 G2라고 불리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고 있어 G20은 들러리에 불과하다고 비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G20 정상회담이 가지는 의미는 분명 세계경제에 큰 영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은 중요하지요.

 

 

 G20은 다분히 경제적인 이슈로 모이는 것입니다. 따라서 20개국에 속하지 않는다고 해서 선진국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선진국은 경제만으로 따질 것은 아니니까요. 선진국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는 국민의 성숙도입니다. 그리고 그 성숙도를 측정하는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기부문화라고 합니다. 즉 선진국일수록 국민의 성숙도가 높은 나라일 수록 기부문화가 발달했다는 것입니다.

 

 기부문화가 가장 발달한 나라는 단연 미국입니다. 카네기, 록펠러에서 최근 워렌버핏, 빌게이츠에 이르기까지 성공한 사업가들의 기하학적 액수의 기부는 유명합니다. 워렌버핏과 빌케이츠는 이런 기부문화의 전세계적 확산을 위해서 세계 곳곳을 다니고 있습니다. 미국은 5%기부운동(Give five)운동이 전 국민의 머리에 어느정도 자리잡혀 있다고 합니다. 이 운동은 미국 자선운동계의 대부라고 불리는 브라이언 오코넬(Brian O'Connell)이 1982년 미국의 자선문화 확산을 위해 시작한 사회운동입니다. 즉 수입의 5%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거나 주 5시간을 봉사활동에 쓰자는 운동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GDP대비 기부율이 2~3%나 됩니다. 우리나라가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대단하지요. 우리나라도 아름다운재단에서 1%기부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기부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도 기부문화가 어느정도 성숙되어 가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세계대학순위가 매년 발표됩니다. 이번에도 상위권은 대부분 미국에 있는 대학들입니다. 미국의 대학이 순위가 높은 이유는 바로 기부문화에 있습니다. 대학의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연구실적입니다. 그리고 이 연구라는 것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학순위싸움은 결국 돈싸움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미국의 유수의 대학들은 기부금으로 대부분 충당합니다. 따라서 기부금이 조금이라고 줄어들면 휘청거리는 것이 미국대학입니다. 우리나라는 대학의 기부금이 적어서 대학등록금만 계속 오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학들이 발벗고 기부금을 유치하고 있어서 점점 그 액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의 우리나라 대학순위와 기부금순위에서 눈에 띄는 대학은 단연 KAIST입니다. 올해 KAIST에 기부한 사람들 중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사람은 80대 노부부인 조천식(86)씨와 부인 윤창기(82)씨입니다. 이 분들은 평생 모은 재산 1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발전기금으로 내놓았습니다. 노부부의 재산이 100억이 넘는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 돈을 자식도 있는 분들이 모두 기부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특별하기 때문에 기부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갖고 있기 때문에 기부를 하는 것"이라는 겸허한 말씀에 더 할 말이 없어집니다. 기부는 전염성이 있나봅니다. 이 분들도 작년 이웃사촌처럼 지내는 서전농원 김병호 대표가 300억원의 부동산을 KAIST에 기부한 것을 보고 기부를 결심했다고 하니까요.

 

                                       조천식, 윤창기 부부                                                   김병호 대표 내외와 KAIST학생들

 

 사회가 어려울 수록 나눔의 기부문화는 더 절실합니다. 우리나라의 양극화 현상, 빈부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바로 기부문화에 있습니다. 고통은 나눌 수록 줄어들고 이웃사랑의 온기는 점점 퍼져 사회통합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미국의 자본주의가 아직까지 유지,발전하고 있는 저력에는 이런 기부문화가 크게 자리하고 있음을 주지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에 걸맞는 기부문화가 이제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를 돌아보고 우리를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우리 치과가 현재 기부하고 있는 것은 대학장학금, 어린이재단, 평화의 집 그리고 매년말 불우이웃돕기 성금 정도입니다. 그리고 밀알재활원, 평화의 집 봉사활동입니다. 아름다운재단에서 펼치고 있는 1%운동에 동참하는 수준에도 아직 미치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나눔의 문화는 우리 모든 가족들이 한마음이 되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치과에서는 이미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폐금을 모두 모아 불우이웃을 돕거나, 매일 첫환자의 결제금 중 일부를 기부하거나, 전 직원이 1%의 수입을 자진해서 성금으로 내거나, 봉사활동을 매달 한번이상 나가거나 하는 실천의 모습들은 이미 여러곳에서 보입니다. 서비스마케팅, 병원수익증대를 위한 벤치마킹 등에 늘 신경을 써 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곳을 따라해 보고자 하는 의지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나눔을 실천하고자 고민하고 있습니다. 모두 마음이 모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심은 곳간에서 난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내가 넉넉해야 남을 돌볼 수 있다는 생각이 보편적입니다. 하지만 없는 사람의 마음은 가진 사람보다는 없는 사람이 더 잘 아는 것 같습니다. 실제 우리나라의 상위 10%보다 하위 10% 계층의 기부율이 더 높다고 합니다. 소득별 기부금신고현황을 조사한 결과 상위 10%의 기부는 연소득의 6%인 반면 하위 10%는 소득의 1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액수야 당연히 상위가 높겠지만 소득대비 기부를 생각하면 가진 사람들의 더 많은 기부가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노블리스오블리쥬"가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곳간이 차기를 계속 기다리고 계십니까? 그래야만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같으십니까? 단언컨데 그런 마음이라면 곳간이 차고 나면 곳간이 작다고 짜증낼 겁니다. "그저 갖고 있기 때문에 기부를 하는 것"이라는 노부부의 말이 귓가에 자꾸 머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