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저는 컴퓨터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편입니다. 매일 하는 일상적인 일 가운데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확인하고 홈페이지 Q&A 를 작성합니다. 나름 파워블로거가 되고 싶어서 시작한 블로그도 그럭저럭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카페지기를 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가 2개여서 확인해야 하고 시대에 뒤질세라 트위터를 통해 이런저런 정보도 얻습니다. 그리고 트위터를 돌아다니며 이 사람 저 사람과 팔로워 관계로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때론 트위터로 치과상담을 하기도 하고 시인 트위터 친구에게서 뜻밖의 시집을 선물 받기도 했습니다. 이래저래 인연을 맺은 트위터 맞팔관계가 2만명이 넘었습니다. 얼마전 페이스북에 가입했지만 아직 거기까지 손댈 여력이 없어 방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사용자가 5억을 넘었다고 하니 등록만 해 놓아도 혹시 잊혀졌던 사람들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소식을 알 수 없는 보고싶은 이민간 옛친구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올해 뉴욕영화제 개막작은 '소셜 네트워크(The Social Network)'는 페이스북의 탄생과 발전과정에 대한 영화로 정해졌다고 합니다.
2010년 뉴욕영화제 개막작 'The Social Network'
소셜미디어의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 같습니다. 트위터도 1억명이 넘었고 이러한 성장세라면 5억, 10억이 금방 될 것입니다. 무시할 수 없는 인간네트워크입니다. 제가 트위터등의 소셜미디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사실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때문이었습니다. '크라우드소싱'이라는 단어는 2006년 와이어드 매거진(Wired Magazine)의 제프하위(Jeff Howe) 편집자가 처음 제시한 개념입니다. 대중(Crowd)과 아웃소싱(Outsourcing)의 합성어입니다. 즉 기업의 생산, 서비스 및 문제해결 과정 등에 특정 커뮤니티 또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을 참여시켜 효율성을 극대화 시키고자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오래전부터 공모전 형태로 대중들의 참여를 유도한 방법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전의 방식은 특정한 소수에 집중된 반면 이제는 불특정 다수가 되었다는데 그 변화가 있습니다.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인터넷 사용의 급격한 증가와 소셜미디어의 인기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네티즌의 수는 약 17억명으로 추산됩니다. 개설된지 6년째를 맞는 유투브(YouTube)에는 1억개 이상의 동영상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일반대중이 만드는 사전으로 유명한 위키피디아(Wikipedia)는 260여 개의 언어로 약 1천만 개의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위키피디아의 전문적인 내용에 대한 의문이 계속 있어왔지만 이제는 그 수준이 높아져서 페이지당 오류가 유명한 브리테니커 백과사전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제는 이런 변화에 맞추어서 자기에게 맞는 대중을 선택하는 일이 개인이나 기업에 큰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크라우드소싱은 기본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빠른 시간에 폭넓은 솔루션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참여도에 따라서 그 효용성이 달라진다고 하지만 비전문가들에게 나오는 독특한 솔루션을 장점으로 보기도 합니다.
5천명 정도의 팔로가 있었을 때 크라우드소싱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서 이런 저런 질문을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이 실시간으로 10여개가 올라오더군요. 그 중에는 정말 도움이 되는 정보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10만명 정도의 팔로가 있으면 내가 정말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크라우드소싱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트위터 팔로 목표가 10만명이 된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마음 먹은지 두 달만에 2만명이 되었으니 잘하면 1년내에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시대적인 흐름에 맞추다 보니 제 생활속에 변화가 많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하고 적지않이 흥분했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 변화란 것이 긍정적인 이면에는 아주 부정적인 면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안티-크라우드소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의 조사 업체인 페어내널리스틱스가 조사한 결과, 41%에 이르는 트윗(tweet-트위터에서 주고받는 단문메세지)은 큰 의미가 없는 말그대로 '재잘거림'이었다고 합니다. 일방향 소통과 악성코드의 출현, 근거없는 비판 등 지켜보는 사람들중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를 '안티-소셜 미디어(Anti-social media)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저비용으로 크라우드소싱을 기대했던 기업들도 그 기대가 사그라들면서 '안티-크라우드소싱(Anti-crowdsourcing)'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냈습니다. 물론 소셜미디어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이면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인 것입니다.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끈 헨리포드는 "내가 만약 소비자들에게 원하는 것을 물어보았다면, 소비자들은 분명 더 빠른 말을 원했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 실제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의 정답은 크라우드소싱으로 알아낼 수 없는 것이 많습니다. 소셜미디어에만 의존하는 것은 분명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소셜미디어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아이들 숙제를 봐주거나 놀아주는 시간도 줄었습니다. 가족들과 산책하는 시간도 없어졌고 무엇보다 책보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네트워크를 통해 얻는 수많은 정리되지 않은 정보들 때문에 머리속은 더 없이 복잡해져 가고 있습니다.
진정한 친구 한명이 수만명의 팔로보다 중요합니다. 때론 소셜미디어의 안티가 됩시다. 이번 추석은 컴퓨터를 켜지말고, 스마트폰도 열지 말고, 트위터도 좀 쉬게 하고 머리를 비웁시다. 가족과 산책도 하고, 아이들과 뛰어 놀아주고, 읽고 싶었던 고전을 꺼내 읽고 젊은 날 가졌던 꿈을 다시 기억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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