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가수 이효리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아이돌 가수 출신이고 뛰어난 패셔니스트로도 유명합니다. 하지만 수 많은 연예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렇듯 이효리를 바라보는 저의 시각도 그리 특별하지는 않았습니다. 소주 광고를 하도 오래해서 남자들이 그래도 이효리를 많이 좋아하나보다 생각한 정도였습니다. 다른 소주광고의 여성들과는 다르게 이효리는 정말 털털하게 술한잔 같이하고픈 그런 이미지였다는 것이 좀 다를 뿐이었죠.
크게 관심을 가지진 않았지만 표절시비에 휘말린 이야기, 힘들어서 잠적한 이야기, 동물보호에 애쓴다는 이야기 등은 이런저런 경로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은 한 TV프로그램에서였습니다. 그 프로그램에서 그녀는 그녀 자신을 찾아가게 된 이야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정상에서의 기쁨, 추락의 좌절, 방황을 거쳐 결국 자신의 진정성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녀가 순심이라는 유기견을 입양하게 된 배경과 여렸을 때의 아픔, 지금의 봉사활동을 하게 된 이유 등을 들으면서 가식적이지 않고 솔직한 그녀에게 내심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고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그녀에 대한 오해도 많이 풀리게 되었습니다.
그 때의 이야기를 포함한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그녀의 포토에세이집 <가까이>가 나왔습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동물을 좋아하고 고양이도 키우고 있는 저로서는 고양이를 네마리나 키우고 있는 그녀의 집이 궁금하고 문득 TV속에서 보았던 그녀를 책으로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녀가 쓴 책이니 저는 책속의 그녀와 만나는 즐거움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지요.
사진이 예쁘고 사진속의 그녀도 예뻤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마음이 예뻤습니다. 그리고 수 많은 시선을 초월한 그녀의 담대함과 담백함에 놀랐습니다. 좌절의 순간에서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 그녀의 이야기는 그 누구가 읽어도 공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감동적인 스토리였습니다. 물론 그녀가 누렸던 정상의 인기와 바쁜 생활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을 잊고 사는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정말 자신을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들더군요.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모두가 자신을 사랑하게 될 거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변화를 꿈꾸는 사람이 많을 수록 변할 가능성은 그만큼 더 많아집니다. 그녀의 말에 공감이 갑니다.
"나는 지금 새로운 길로 달려가고 있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사람도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 그까짓 개가, 고양이가, 동물들이 뭐 그렇게 중요하냐고. 불쌍한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하지만 사람보다도 더 약한 존재가 동물들이다. 스스로 보호할 수도, 받을 수도 없는 최약자. 그래서 대변해줄, 보호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거기에 내 마음이 움직였고 그래서 들어선 길이다. 거기에서부터다. 마음이 움직이면 몸을 일으키게 되고, 두 발로 뛰게 되고, 더 멀리 보게 된다. 그렇게 나의 세상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내가 그랬듯이 누군가도 그렇지 않을까. 내가 우연히 잠에서 깨어났듯이 내 작은 이야기에 누군가의 마음도 깨어나지 않을까. 그런 작은 기대와 바람을 가지고 시작해본다."
그녀의 바램대로 누군가 한 사람의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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