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두번째 에피소드

김동석원장의 책갈피 (186) 스몰 토크

수리수리동술이 2012. 3. 18. 22:32

스몰 토크

 

 

 'IQ로 입사해서 SQ(사회지능지수)로 승진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머리가 좋고 시험 점수가 높아도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더불어 공존하지 못하는 사람은 예전만큼 환영 받지 못하는 것이 사회 생활입니다. 세계적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Daniel Goleman)은 1995년 <EQ ; Emotional Intelligence 감성지능>이란 책으로 EQ란 말을 처음 유통시킨 사람입니다. 그는 10여년 후에 다시 <SQ ; Social Intelligence 사회지능>이란 책을 통해 "성공하는 사람들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성공하는 사람의 지능이 IQ에서 EQ로 EQ에서 SQ로 진화하고 있다. 오늘날 성공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사회지능지수(SQ)가 높다"고 말합니다.

 

 

 

 


 혼자서는 잘 놀다가도 손님이 오거나 또래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못 어울리는 아이가 있는 반면 혼자서는 지루해서 몸을 비비꼬다가도 타인과 어울리는데 선수인 아이가 있습니다. 자신의 장난감을 챙기느라 불안해서 얼른 손님과 친구들이 떠나주기를 바라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나눠주고 바꿔가지며 함께 즐거움을 만끽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친구들을 대하는 태도만 보더라고 그 아이의 사회지능지수를 가늠해볼 수 있는 것이지요. 사회지능지수는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제대로 인식하고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며 좋은 결과가 나오게 하는 능력입니다. 상대를 배려하고, 겸손하게 양보하고, 상대와 문제가 생겨도 바로 좋은 감정을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능력이 바로 그것입니다.

 

 

 

 


 너도나도 모두 최첨단입니다. 물론 계속 더 첨단 제품과 시스템이 나오겠지만 이제는 디지털이나 첨단과학의 힘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사람만의 고유 능력’이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모두 중요한 그 무엇이 제품이나 시스템보다는 사람 자체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것입니다. 남보다 산수를 빨리 풀고 남보다 영어단어를 많이 아는 것이 경쟁력이 아닌 것입니다.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색을 통해 상상력, 창의력, 직관력을 키우고 관계를 통해 친밀감, 감수성, 소통을 높여야 합니다. 지금 못하면 나중에도 못하고, 지금은 안 하는 거지만 나중엔 못하는 것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시골에 사시던 친적집에 가면 우물이 있었습니다. 새마을운동으로 펌프가 보급되면서 우물은 사라져 갔지만 우물에 수박을 담갔다가 꺼낸 일 우물 물로 등목했던 일 들이 아스라하게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새 우물을 여기 저기 파는 일이 종종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어린 마음에 재미로 땅을 파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땅을 파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맨 처음부터 맑은 물이 나오는 법은 거의 없습니다. 맨 처음엔 겨우 땅의 축축한 기운이나 만나게 될까 우물이 도통 아닐 성 싶지요.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더 파야 겨우 탁한 물을 만납니다. 이 탁한 물을 넘어 달고 맑은 샘물에 이르려면 많은 삽질이 필요합니다. 여간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것이 아니지요. 사람과 소통할 때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천천히 꾸준히 섬세하게 파 내려가야 합니다. 소통은 말보다 발이 아닐까요? 우물의 진가는 깊고 오랜 삽질에서 나옵니다. 소통하자고 해 놓고 평상시에는 따로 엘리베이터 타고 따로 밥 먹고 따로 테이블에 앉고 사소한 작은 인사조차 잘 하지 않으면서 날을 잡아 ‘간담회’나 '소통 회의'를 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 ‘쇼’에 불과합니다. 물꼬를 트는 방법은 꾸준한 그 무언가에 있는데 말입니다.

 

 꾸준한 소통을 위해서 아주 요긴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스몰토크(Small Talk)입니다. 스몰 토크는 신변잡기적인 잡담,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일상의 소소한 대화를 말합니다.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동안, 버스 같이 타서, 화장실에서 손 닦을 때, 자판기에서 커피 뽑으면서 우리는 자투리 시간을 만납니다. 이럴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아무 말도 안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먼저 말 걸어주기를 기다리면서 눈치만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럴 때 가볍게 일상을 묻고 자신을 알리고 함께 공감대를 찾는 사람이 스몰토크의 대가입니다. 사람은 맨 처음부터 신뢰감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처음엔 가벼운 호기심을 갖고 상대를 보다가 호기심이 채워지면 기대감을 갖게 되고, 기대감 다음엔 호감이 생겨 친밀감으로 이어지게 되지요. 결국 친밀감이 쌓여 호형호제하는 신뢰감까지 가는 것입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고 한걸음에 다 갈 수 없다. 작지만 가벼운 이야기로 상대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스몰토크는 관계의 징검다리입니다. 그리고 그 힘은 생각보다 막강합니다.
욕 중에 가장 심한 욕으로 윌리엄 메레디스는 ‘그 사람은 아무 일에도 관심이 없다’ 라는 표현을 꼽았습니다.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은 스몰토크를 하기 정말 어렵습니다. 무관심이 사랑의 반대말이듯 관심이 없으면 함께 소통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관심만 있으면 못할 게 없겠지요. 군중 속에서도 내 가족은 금방 찾고 시장 한복판에서도 내 아이의 목소리는 귀에 꽂힙니다. 주파수를 맞춘 관심은 가려내어 들을 수 있고 도려내어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넥타이에 그려진 캐릭터를 보고도 상대의 취향을 알 수 있고, 새로 바뀐 가방을 보고도 패션감각을 칭찬할 수 있습니다. 대화하고픈 마음만 있다면 차가 막힌 월요일을 위로할 수도 있고, 설레는 금요일을 챙겨줄 수도 있습니다.

 
 소통은 기술인 것 같지만 사실 99% 태도입니다. 그래서 소통을 하라고 가르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기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태도와 열정은 가르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좀더 시간을 내 상대의 시선으로 보고 마음을 쏟아 상대의 가슴을 헤아려봅시다. 그래야 피상적인 슬로건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이 나오니까요. 생기 있는 사람과 활기를 나누려면 상대에 대한 내 마음의 눈부터 씻어야 합니다. 차이점만 발견하고 거리를 둘 것이 아니라 공통점을 발견해 거리를 좁혀봅시다. 코드가 안 맞다, 세대차이가 난다, 성이 다르다, 입장이 다르다, 부서가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와 닿을 수 없는 거리감을 만들 것이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 같이 낯설고, 같이 고독하다는 차원에서 유대감을 만들어봅시다. 소통은 연대와 관계 속에서 비로소 생명의 빛을 만나게 됩니다.

 

 

 IBM, 웰스 파고 은행, 미국 재무부 등 세계 유수 기업과 단체를 상대로 ‘스몰토크 프로그램’을 강연하는 세계적 대화코치 데브라 파인은 그의 저서 ‘스몰토크’(원제:The Fine Art of Small Talk)를 통해 화려한 대화술이 없어도 친밀하게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저자는 스몰토크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다음 두 가지 원칙을 실행하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몇가지 요령을 말해주고 있는데 이 원칙만 잘 지킨다면 매력적인 스몰토커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첫째, 위험을 감수하라.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는 모험은 자신에게 달려있다. 다른 사람들이 먼저 접근해오기를 기대하지 말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어라.


둘째, 대화의 짐을 떠맡아라. 대화를 할 때는 각자 몫의 짐이 있으며, 스스로 짐을 떠맡아야 한다.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화제를 생각해내는 일,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 역시 대화의 짐이다. 그 짐을 내 몫으로 받아들여 상대를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면 상대도 기꺼이 나를 위해 대화의 짐을 떠맡으려 할 것이다.

 

 

스몰토크의 요령

 

1. 주제를 미리 준비하라

편안한 주제로 대화를 시작함으로써 상황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스몰토크의 핵심이다.

단 나보다 상대가 마음의 문을 열고 열심히 얘기할 수 있도록 그의 관심 주제를 찾아라.

스몰토크의 목적은 상대방이 나에게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이지 나의 언변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2. 말은 하는 것이 아니라 들리는 것이다.

말에 대한 기준을 바꾸자. 말은 하는 것이라기보다 상대방에게 들리는 것이다. 그 기준으로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3. 어색한 상황을 먼저 깨라

상대방도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준비해둔 주제를 적절히 사용하며 먼저 스몰토크를 시도한다.

 

4. 상황을 살펴서 센스있게 마무리 하라

스몰토크가 10분을 넘기면 지루하게 되기 십상이다.  적절한 순간에 상대방의 반응을 보면서 이야기를 마친다.

 

5. 온 몸으로 경청하라

커뮤니케이션에서 상대방과 눈을 맞추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의미도 되고 상대방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미소를 곁들인다면 공감대 형성에 많은 도움을 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