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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원장의 책갈피(166) 모든 것의 가격

수리수리동술이 2011. 6. 3. 15:03

모든 것의 가격

 

 

 구약성경에는 여러분이 잘 아는 모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출애굽하여 홍해를 건너고 광야에서 수십년 돌아다니게 되는 이야기 말입니다. 시내산에 모세가 올라가 그 유명한 십계명을 받을 때 모세를 기다리다 못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신을 다시 만들게 됩니다. 그들이 생각한 신의 모습은 무엇이었을 까요? 다름아닌 금송아지였습니다. 이것은 신(神)의 금화(金化)입니다. 즉, 신의 존재 조차마저 물질만능주의에서는 가치있는 금으로 대치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신마저 돈으로 치환하는 일이 수천년 전부터 그래왔을 지인데 지금의 자본주의시대에서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실제로 사람이 사고로 죽게 되더라도 그것을 가장 잘 보상해줄 수 있는 것은 돈입니다. 아무리 말로 위로를 하고 공식적으로 유감과 사과의 성명을 발표하더라고 국가가 유족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은 역시 돈입니다.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것이 이제는 법적으로도 가능하게 된 지금, 우리는 어떤 가격의 굴레에 있는 것일까요?

 

 

 

 

  휴대폰, 핸드백, 컴퓨터, 구두, 자동차 등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에는 가격이 존재합니다. 인간은 좀 더 효율적인 소비를 위해 겉으로 명확하게 드러나는 가격을 끊임없이 비교ㆍ분석합니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의 가격은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어떻게 책정되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에두아르도 포터(Eduardo Porter)의 <모든 것의 가격, The Price of Everything>은 심리학과 사회학, 경제학을 넘나드는 치밀한 통찰력을 통해 가격이 인간의 행복과 신앙, 생명까지도 통제한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책입니다.


 사람들의 뇌리에 가장 깊게 각인된 신념 중 하나는 생명의 값어치는 헤아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유대인의 오랜 가르침에 따르면 한 사람의 생명을 저울의 한 쪽에 올리고 나머지 세상을 반대편에 놓으면 저울이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생명에 대한 가격 책정은 인류 역사상 끊임없이 반복됐습니다. 생명이 일종의 메뉴라면 거기에는 하나 이상의 가격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생명을 가격으로 책정한다면 얼마가 될까요? 1999년 마지막으로 개정된 미국 환경보호국의 지침에 따르면 2010년 화폐 가치로 볼 때, 한 생명의 가격은 약 750만 달러입니다. 영국 환경부는 건강한 삶은 매년 2만 9000파운드의 가격을 갖는다고 밝혔습니다. 2007년 인도 시민의 가격을 평가한 세계은행의 조사에서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누린 삶의 가격은 3162달러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전체 인생의 가격은 9만 5000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사실 그 대상이 자기의 생명만 아니라면 우리는 기꺼이 거기에 가격을 책정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최근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수 많은 보상이 이루어진 9.11희생자보상기금을 생각해 보면 이러한 예는 적나라하게 보입니다. 이것은 2001년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에 대한 테러 공격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유족과 부상자들을 보상해 주기 위해 미국 의회가 승인한 기금입니다. 희생자와 그들의 친척들이 유나이티드 에어라인과 아메리칸 에어라인을 상대로 지루한 소송에 휩싸이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더불어 관용의 힘에 움직인 의회는 예산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금을 설립했습니다. 하지만 비용을 의식해서 의회는 희생자 가족의 ‘경제적’ 손실과 ‘비경제적’ 손실에 기초한 엄격한 보상 지급 기준을 설정했습니다. 이 원칙에 따라 희생자의 삶은 가치의 척도 위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그들의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었죠. 이 기금의 운영자로 임명된 사람은 케네스 파인버그입니다. 그는 희생자 한 명당 25만 달러, 부양가족 한 명당 추가로 10만 달러를 책정했는데, 사실 그것이 절대적으로 임의적인 책정이었다는 사실을 본인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손실을 측정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경제적 손실이라는 개념은 사망한 근로자가 받고 있던 임금을 기준으로 사망자의 연령과 배우자 여부, 부양가족의 수에 따라 액수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결국 각자의 보상액에는 커다란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와 같은 격차로 인해 무역센터 북쪽 타워 105층에 있던 캔톤 피츠제럴드의 임원이 받는 수백만 달러짜리 급료와 그들 위층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페루 출신 불법 이민자가 요리사로 일하며 받는 1만 7337달러짜리 연봉이 동시에 존재했습니다. 희생자들이 죽어서 얻게 된 가치 속에는 그들이 살아 있는 동안 경험했던 불평등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은행가는 건물 관리인보다 더 가치가 높을 것이고, 젊은이가 노인보다는 더 비싼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30대의 남성은 약 280만 달러로 가격이 책정됐으며, 이와는 대조적으로 70세가 넘은 남성은 60만 달러 이하로 평가됐습니다.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에서 근무했던 여성들은 평균적으로 남성에 비해 낮은 가격이 책정됐습니다. 그들의 가족에게 제공될 평균 보상금은 남성 희생자의 가족이 받게 될 금액보다 평균적으로 37퍼센트 낮았습니다. 결국 9.11희생자보상기금은 테러 공격으로 사망한 희생자 2880명의 직계 가족에게 평균적으로 약 200만 달러를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희생자들 중 연봉 400만 달러 이상인 여덟 명에 대해서는 직계가족에게 640만 달러가 지급된 반면, 최저 가격의 희생자는 25만 달러로 평가됐습니다.

 이처럼 가격은 생명은 물론 여성, 행복, 미래 그리고 신앙까지 인간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모든 곳에 존재하며, 인간의 이성과 문화, 경제 등까지 그 영향력을 미칩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가격의 메커니즘과 역할은 물론 인간이 가격을 통제하지 못했을 경우, 얼마나 큰 손실을 초래하게 되는지 사회학과 경제학, 심리학 등의 논거를 통해 입증하고 있습니다.

 

 치과에는 치아가 부러지거나 빠져서 치료를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에서 어떤 금전적인 보상이 필요한지에 대한 말다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치료비추정서는 문제가 된 치아의 치료비에 대한 추정서입니다. 사실 치료비 추정과 치아의 가치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치아 하나를 뽑고 임플란트를 하는 가격이 200만원이라고 해서 치아 하나의 가치를 그 가격으로 매길 수 있을 까요? 치아가 28개니까 계산하면 5600만원입니다. 최근 저가네트워크 치과의 경우 그 절반의 가격이니 모든 치아의 가치가 3000만원 정도로 볼 수도 있을까요? 당장 생활고에 시달려 자신의 모든 치아를 이 가격에 팔 수 있다면 혹 그럴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곧 후회하게 될 것은 뻔합니다. 그 이유는 어떤 치료도 원래 조물주의 작품인 자연치를 대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단순히 재료비와 시술비로 계산하기에는 자연치가 가지는 가치가 무형의 가치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자연치는 자연스런 미소를 가지게 해줍니다. 이것은 본인의 자신감과도 연관될 수 있으면 자신감으로 사회 활동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했을 때 그 가치는 이루 말 할 수 없는 차이를 가져옵니다. 씹는 기쁨은 인간에게서 양보할 수 없는 기쁨입니다. 원활한 저작은 소화기능을 유지시켜주고 각종 내과적 질환을 예방합니다. 그리고 저작력은 치매예방에도 효과가 많은 것으로 연구보고 되고 있습니다.

 

 

 자연치가 가지는 이 외에도 수많은 장점을 고려해 보건데 제가 생각하는 자연치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연치의 가치를 매겨보라면 저는 3000만원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한 8억 4천만원입니다. 많다고 생각하십니까? 임플란트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자연치가 새로 다 생긴다면 이 금액을 아까워하지 않으실 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자연치와 임플란트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신이 창조한 자연치를 조금이라고 닮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10분지 1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 300만원 정도를 임플란트의 적정 수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최고의 작품을 만들었을 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직 그 가격을 받으면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더 자연치와 가까운 임플란트를 위해 300만원의 가격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저를 포함한 치과의사들의 몫이라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서로 낮은 가격으로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치과의사 스스로 치아의 가치, 치아의 가격을 낮게 평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자연치와 최대한 가깝게 해주려은 노력이 부족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낮게 책정한 가격의 가치는 고객에게 전달됩니다. 낮은 가격에 최고의 치료를 받게 해준다는 그럴싸한 문구도 사실 들여다 모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손해를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어디선가 원가 절감을 위해 퀄리티를 포기할 수 밖에 없으며 심지어 과잉진료를 서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10배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자연치아를 보존하고 잘 유지하는 것입니다. 예방치료와 정기적인 치과검진은 8억 4천만원을 지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가격으로 매길 수 있는 당신이라면 이 금액을 손해볼 일을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