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두번째 에피소드

김동석원장의 책갈피(164) 불평등의 행복

수리수리동술이 2011. 5. 21. 23:02

불평등의 행복

 

 

 고통과 슬픔, 가난이 없는 곳이 있을까요? 좋은 직업을 가지기 위해서 교육에 모두 열을 올리고 처절한 경쟁에 어려서부터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위해 일정한 나이가 되면 각자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그냥 주면 어떨까요? 다툼과 전쟁은 물론, 날씨 변덕도 없는 곳,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전쟁터’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우리네 삶에 비하면 너무 완벽한 곳. 아이들은 더 신날 것 같습니다. 소설속이지만 그런곳이 있습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적성에 맞는 일을 딱딱 골라서 훈련까지 완벽하게 시켜주니 얼마나 좋습니까? 미국 작가 로이스 로리가 쓴 청소년 소설 ’기억 전달자’(비룡소)에 나오는 이 마을은 정확한 연도를 알 수 없는 미래 사회의 한 모습입니다. 주인공인 12살 소년 조너스도 불만 없이 살아온 평범한 아이였지만 직업을 부여받는 12살 기념식 이후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마을에 하나 밖에 없는 ’기억 보유자’라는 직업을 갖게 됐기 때문이지요. '기억 보유자' 외에는 기억을 가진 사람이 없습니다. 모두 똑같이 행복한 ’늘같음 상태’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과거의 기억과 삶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감정을 모두 박탈당했습니다. ’차이’를 만드는 모든 것이 제거되면서 사람들은 색맹이 됐고 산아 제한을 위해 성욕을 억제하는 약을 매일 복용합니다. 심지어 일란성 쌍둥이가 태어나면 똑같은 외모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체중이 덜 나가는 아이가 안락사를 당합니다. 사람들이 빼앗긴 모든 기억은 ’기억 보유자’만이 갖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억보유자가 된 조너스는 나이 든 ’기억 전달자’로부터 기억들을 전달받으면서 사람들에게 진짜 감정과 기억을 되돌려주기로 결심합니다. 이 소설은 우리 모두가 유토피아처럼 생각하는 모두 행복한 곳의 허상을 이야기합니다. 평등해보이는 것 속에 불행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남과 같지 않으면 불안해 하고 적어도 남들과 비슷해지려고 노력합니다. 노력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노력을 해야하는 이유가 남들과 똑같아지기 위해서라면 달리 생각해 봐야 할 일입니다. 평등해지는 것 같을 때 느끼는 불행이 있기 때문입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란 질문에 대한 공자의 답을 정리한 책 <공자와 떠나는 행복 여행>에는 행복을 위한 다섯가지 복을 이야기 합니다. 수(壽), 부유함(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이 그것입니다. 오래살고 부유하면서 건강하게 오랫동안 덕을 베풀며 사는 것이지요. 하지만 모두 똑같이 그 다섯가지를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똑같이 나누어서 사는 것, 물질을 많이 가져야 행복하다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 재미있는 사례가 나옵니다. 8개의 귤을 6명의 아이들이 나누어 먹는데 어떻게 하면 모두가 최대한 행복할 수 있을까요? 귤을 나눠준 어른은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귤을 주었는데 마침 귤이 6개밖에 없어서 "잘 나눠먹어라"고 당부하고 나갑니다. 30분 정도 지나 문을 열고 보았더니 아이들은 각자 앞에 귤을 하나씩 놓고 방 한가운데 귤 2개를 놓은 후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의외의 상황에 잠시 더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1시간이 더 지난후 문을 열고 보니 이제는 귤 8개를 모두 모아 놓고 토론을 하더랍니다. 다시 한시간 후,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한 아이만이 귤을 모두 차지해서 먹고 있었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궁금해서 그 연유를 물었습니다. 처음에 아이들은 모두 똑같이 귤을 나누어 먹으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갯수가 맞지 않아 2개의 귤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였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한시간이 지나도 결론이 안나자 한 아이가 "난 귤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것 가지고 토론하는게 지겹다"고 기권했습니다. 그럼 5명이서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 와중에 한 아이가 자신은 귤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귤킬러라고 말합니다. 게다가 이 아이는 며칠동안 제대로 먹지 못해 무척이나 배고파했습니다. 그라자 귤을 싫어해서 포기했던 아이가 자신의 몫을 귤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때 아이들에게 변화가 일어납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한명에게 그 귤을 몰아주기 시작한 겁니다. 결국 한 아이가 모두 먹게 된 것이지요. 모두 행복해 했고 아무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혹시 똑같이 나누어야 행복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분명 물질적인 행복, 겉으로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행복을 추구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실상은 진정한 행복을 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찌보면 진정한 행복은 물질과 마음을 '나누는 것' 있는 것이지 '똑같이' 나누는 것에 있지는 않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