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전쟁 - 엘 클라시코
"설레는 꿈의 더비 엘 클라시코 한달간 4차례 격돌", "선수 연봉도 역시 엘 클라시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나란히 1,2위 기록"이란 기사가 얼마전에 나왔습니다. 그 기사를 본 첫째 아이가 묻더군요. "아빠, 축구얘긴 거 같은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도 그럴 것이 축구라고 해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는 것이 전부인 사람에게는 유럽의 축구리그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밤을 다 새도 모자랄 겁니다. 박지성이 속해 있는 멘유 때문에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챔피언스리그에 대해서는 이제 많이 알고 있으실 겁니다. 지난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박지성의 결승골로 멘유가 4강행을 결정했기 때문에 박지성의 진가도 한창 물이 오르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보는 시각은 그렇다 치더라고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은 단연 '엘 클라시코'에 쏠려있습니다. 특히 지난 14일 레알 마드리드가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토트넘에 승리를 거두며 무려 7년만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화제의 중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준결승의 상대가 바로 바르셀로나이기 때문입니다. 무려 9년만에 챔피언스리그에서 꿈의 더비 '엘 클라시코'가 성사된 것입니다.
축구에서 '더비'라는 말은 같은 지역이나 도시를 연고로 하는 두 팀간의 경기를 말하는데 원래 영국의 소도시였던 '더비 Derby'의 두 축구팀인 세인트피터스와 올세인트팀이 사순절 기간에 축구경기를 치열하게 치룬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같은 연고지를 가진 두팀 간에는 다른 지역과의 경기와는 다른 사연이 있게 마련이고 이런 것들이 쌓여 더욱 흥미진진한 경기를 벌이곤 합니다. 지역더비로 유명한 것은 스코틀랜드의 셀틱과 레인저스간에 벌어지는 글래스고 더비 (개신교와 천주교 팬으로 나눠져 일명 종교전쟁 더비라고도 합니다.)와 이탈리아의 AC 밀란과 인테르간의 '밀라노 더비'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단순히 같은 지역, 도시를 연고로 하지 않더라도 오랜 시간동안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 경우에도 더비라는 명칭을 붙이기도 하는데 그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더비는 단연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 일명 '엘 클라시코 El clasico = the classical' 더비입니다. 각 리그마다 더비 경기는 많지만 도시간 라이벌 역사의 유구함이나 전세계적인 지명도와 관심면에서 엘 클라시코를 능가하는 더비는 찾기 힘들지요. 두 팀에는 각각 스페인의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라는 도시의 자존심뿐만 아니라 다른 축구팀에서는 보기힘든 역사적인 사연들이 쌓여있습니다. 마드리드는 오래전부터 카스티야 왕국의 중심지였고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 왕국의 중심지였습니다. 지금도 카탈루냐는 끊임없이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려 하고 있고 실제로 수년전 독립선언을 할 정도여서 바르셀로나의 제 1공용어는 공식 스페인어인 카스티야어가 아니라 카탈란이며 공공장소의 표지판 조차도 카탈란 밑에 카스티얀을 병기하는 식으로 자존심을 지키고 있습니다.
스페인 내전을 치르며 정권을 잡은 우익 파시스트 프랑코 정권은 정책적으로 카탈루냐를 박해하고 그들의 고유언어를 쓰지 못하게 할뿐 아니라 FC 바르셀로나를 스페인식 이름인 바르셀로나 CF로 바꿔 버리기까지 했습니다. 프랑코 정부는 축구장에서만큼은 카탈란을 용인하기도 했는데 마드리드 정부의 탄압을 받은 카탈루냐인들은 그들의 언어로 노래하고 응원하며 바르샤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었고 특히나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때는 그간 쌓여온 적의와 분노를 일시에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마드리드 원정에서는 그에 준하는 경멸과 냉대를 받았지요.)
팀의 주축선수들의 이적은 서로간의 라이벌 의식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스타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는 원래 바르샤 소속이 되어야했지만 프랑코 정부는 협잡이나 다름없는 방식으로 디 스테파노를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시켰고 이후 승승장구하며 레알 마드리드의 가장 빛나는 시절을 만드는데 일등공신이 되었습니다. 레알 소속이었던 루이스 엔리케는 바르셀로나에 온 후에 팀의 정신적인 리더가 됨은 물론 특히 레알과의 엘클라시코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였으며 레알 마드리드의 100주년 기념경기 초청마저 거부하면서 바르샤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반대로 바르샤에서 부주장까지 지냈던 포르투갈 출신의 스타 루이스 피구는 금전문제로 레알로 이적하면서 바르샤팬들의 가슴을 후벼 팠는데 그것은 곧 피구가 바르셀로나의 홈구장 깜노우를 방문한 경기에서 프리킥을 찰 때 수많은 욕설과 손가락질과 죽은 돼지 머리로 되돌아오기도 했습니다.
10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두 팀은 수없이 많은 경기를 치루면서 많은 드라마를 연출해왔습니다. 리그와 컵대회, 챔피언스리그 등을 통해 지난 시즌 포함, 총235번을 싸웠고 95승 51무 89패로 바르샤가 앞서있습니다. 리그에서의 엘클라시코 더비에서는 58승 30무 68패로 레알이 우위입니다. 이 경기를 통해서 깜짝 스타가 등장하기도 하고 역적이 나오기도 합니다. 승패도 승패지만 어떤 경기를 펼쳤냐에 따라 감독의 전술에 대한 찬반이 명확해지고 거스 히딩크의 경우처럼 그 해 엘클라시코의 패배가 감독의 경질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두 팀간의 경기는 단순히 승패를 결정짓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팀의 고유한 스타일 을 유지한채 누가 더 아름답고 그들다운 축구를 하느냐하는 것을 결정짓는 일기기도 합니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극중 손예진과 김주혁이 프리메라리그 이야기를 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스페인리그 광팬인 두 사람이 싸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다름아닌 손예진은 바르셀로나, 김주혁은 레알의 광팬이었던 겁니다. 이런 배경을 알고 영화를 보신다면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었을 겁니다.
이번 엘 클라시코가 특히 더 관심을 받는 이유는 양팀의 에이스이자 현역 최고의 축구선수 '축구천재'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노 호날두의 맞대결 때문입니다. 메시와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나란히 결승골을 커트리며 팀을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으로 이끌었기 때문에 이들의 기대치는 최고조로 달아올라 있습니다.
엘 클라시코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 군단의 운영 방식의 차이에도 있습니다. 흔히 과감한 투자와 마케팅으로 유명한 레알과 내실을 다지고 이미지 마케팅을 하는 바르샤의 비교입니다. 이 나름의 차이나는 경영방식으로 축구팬 뿐 아니라 많은 CEO들에게도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실전경영시리즈의 두번째인 '나는 고집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도 이 엘 클라시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습니다.
먼저, 레알 마드리드는 초호화 군단을 구성해서 매출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플로렌티노 페레스(Florentino Perez Rodriguez) 회장은 지난 2009년 재취임시 제2기 갈락티코를 구성합니다. 갈락티코는 '은하계'를 뜻하는 스페인어입니다. 지난 1기 갈락티코의 구성원은 들어봐도 놀랍습니다. 브라질 최고의 골잡이 호나우두(Ronaldo), 말이 필요없는 프랑스의 지단(Zinedine Zidane), 포르투갈의 피구(Luis Figo), 영국의 베컴(David Beckham) 등입니다. 이번 2기 갈락티코도 이에 못지 않습니다. 앞에서 말한 크리스티아노 호날두(Cristinano Ronaldo), 브라질의 에이스 카카(KaKa), 프랑스의 에이스 카림 벤제마(Karim Benzema) 등입니다. 이처럼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로 팀을 구성해 최상의 경기를 팬에게 선사하는 대신, TV중계료와 광고등으로 수입을 올리는 구조입니다. 선수들의 화려함 만큼 광팬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서 구설수에 자주 오르기도 합니다. 1953년 레알은 당시의 전설적인 선수 디 스테파노(Alfredo Di Stefano)가 바르셀로나와 계약하려는 찰나에 가로챘고, 2000년에는 바르셀로나의 대표 선수 피구를 당시 이적료 3,780만 파운드(약 740억)에 영입하는 모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09년 호날두의 영입에는 자그만치 9,400만 유로(약 1,630억원)를 썼습니다. 선수 빼앗기의 악명과 스페인 내전의 독재자로부터의 옹호가 지지층 확보에 마이너스이긴 하지만 이처럼 레알 마드리드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최고의 팀을 만들겠다는 목표에 충실하고자 했습니다.
그렇다면 레알 마드리드의 영원한 라이벌인 FC 바르셀로나는 어떨까요? 물론 스타선수를 영입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칸데라(Cantera)'라고 불리는 유소년침을 중심으로 선수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패스 플레이를 꾸준히 훈련시키는데 이것이 바르셀로나의 전략의 주축입니다. 지난 2008-2009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에서 활약한 멤버중 7명이 칸데라 출신입니다. 그리고 스페인의 국가대표의 패스 플레이도 FC 바르셀로나 출신 멤버들이 주축이 되고 있습니다. 레알에는 광팬이 많은 반면 바르셀로나는 전 세계에 걸쳐서 폭넓은 팬을 보유하고 있기로 유명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유니폼 정책에 있습니다. 레알의 유니폼에는 타이틀 스폰서인 bwin의 로고가 크게 써있지만 바르셀로나의 유니폼에는 아무런 스폰서 로고가 없습니다. 2006년 처음으로 로고를 만들었는데 다름아닌 국제연합아동기금 UNICEF입니다. 놀라운 것은 스폰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일정액을 UNICEF에 기부한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구단들이 광고로 막대한 수입을 올릴 때 기부를 실천하는 이미지는 축구팬들을 또 다른 감동으로 몰아 넣었습니다.
이처럼 경영 방식의 색깔이 많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영원한 맞수가 되고 있는 것은 이 두 팀이 가지고 있는 탄탄한 기본 역량입니다. 초호화 선수를 영입하던 꾸준히 선수를 키우던 자기 몸에 맞게 기본 역량을 끊임없이 다지기에 가능한 것이지요.
지난주 경기에서 호날두 결승골로 이번 4월의 엘 클라시코 2차전은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로 돌아갔습니다. 특히 이번 2차전은 스페인 국왕컵에서 21년만에 맞붙은 것인데 이 경기로 스페인 국왕컵은 레알에게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축구팬의 관심은 단연 이제 곧 치러질 유럽챔피언스리그에 있습니다. 축구천재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노 호날두의 득점 대결, 무리뉴 감독과 주젭 과르디 올라 감독의 지략대결 이외에도 카칼루나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수도를 연고지로 하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 간의 정치, 경제, 문화 등에서 앙숙간의 대결이어서 축구전쟁이라고 불리는 엘 클라시코 더비 최후의 승자가 누굴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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