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마
최근 G2로 부상한 중국의 저력은 실로 놀랍습니다. 전 세계가 중국어 공부에 빠져있을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더 궁금해 지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웃나라의 특성상 좋은 이미지 나쁜 이미지 모두 갖고 있습니다. 특히 '동북공정'등의 역사왜곡으로 우리나라와 심리적으로 불편할 때가 많지요. 이런 중국에 대해서 '짱깨, 짱꼴라'라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부르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을 우습게 보는 나라는 세상에서 우리나라밖에 없을 겁니다. 우린 대한민국이니까요. 이런 중국에 대한 생각도 잠시, 옛날 중국 선연들의 글을 보고 있자면 그 나라의 저력이 단 시간에 생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 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한유(韓愈)는 간결한 문체로 이름이 높았습니다. 그의 '잡설(雜說)'은 제가 대입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한문 시험에 심심치 않게 나왔습니다. 사회비판과 교훈을 많이 담고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중 천리마(千里馬)에 대한 이야기는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에는 백락이 있은 다음에 천리마가 있는 것이다. 천리마는 항상 있는 것이지만, 그를 알아보는 백락은 항상 있는게 아니다. 고로 비록 명마가 있다 한들 백락이 없으면, 명마가 하찮은 말들 틈에 섞여 아랫것들 손에 길러져 여물통과 마판 사이를 배회하다 죽게된다.그래서 결코 천리마의 이름을 얻지 못하게 된다. (世有伯樂,然後有千里馬.千里馬常有,而伯樂不常有.故雖有名馬,秪辱於奴隸人之手,騈死於槽櫪之閒.不以千里稱也.)”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말은, 한끼에 곡식 한섬을 먹는다. 그런데 말을 먹이는 사람이 천리마임을 모르고 여느 말 먹이 듯 하니, 그 말이 비록 하루에 천리를 내닫는 재능을 지니고 있다 한들 먹는 것이 변변치 못하여 힘을 못 내니, 어찌 재능의 아름다움을 나타낼 수 있겠는가. 차라리 보통 말들과 똑같아 보려고 하나, 그도 또한 되기 어렵다. 아, 천리마가 있다 한들, 어찌 그 뛰어난 재주(천리를 달릴 수 있는 것)를 펼 수 있겠는가. (馬之千里者,一食或盡粟一石.食馬者不知其能千里而食也,是馬雖有千里之能,食不飽力不足,才美不外見.且欲與常馬等,不可得.安求其能千里也.)”
“채찍질을 하는데 천리마를 다루는 법을 몰라 마구하고(도로써 하지 않고), 먹이는데 주린 배도 채워주질 못하니, 재주를 드러낼 수가 없다. 천리마가 울며 자신의 뜻을 전하려 해도, (어리석은 말먹이꾼은)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한다. 채찍을 거머쥐고 다가와 고작한다는 소리가, ‘세상에 좋은 말이 없다’이니…오 슬프다. 세상에는 진정 천리마가 없는 것인가, 아니면 천리마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인가. (策之不以其道,食之不能盡其材.鳴之不能通其意,執策而臨之曰,天下無良馬.嗚呼其眞無馬耶,其眞不識馬耶.)”
'천리마'는 하루에 천리길을 내달릴 수 있는 강한 말을 의미합니다. 강하고 오래 달리는 말의 임무에 충실한 것이 당시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었고 또 그것을 잘 알아보는 것이 그 말을 잘 다루고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시대의 '천리마'는 아주 다양합니다. 특히 어떤 조직에 맞는 '천리마'는 그 조직만이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 조직이 필요로 하는 역량과 비젼에 맞고 조직문화와도 잘 맞는 그런 '천리마'를 알아볼 수 있는 '백락'이 필요합니다.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시게오 사장은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회사에 맞는 '천리마'를 잘 알아보는 사람이었습니다. '밥 빨리 먹는 사람', '목소리 큰 사람', '화장실 청소 잘 하는 사람'을 뽑은 이유는 자신의 회사에 맞는 '스피드', '자신감', '열정' 을 알아보는 그 자신만의 '백락의 눈'이었습니다.
늘 일이 많고 해야 할 일은 자꾸만 늘어갑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마땅한 사람이 없다고 투덜거립니다. 어쩌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항상 있는데 그것을 알아보는 '백락'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을 찾기 전에 그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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