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픈 말들...

자식 눈치

수리수리동술이 2011. 7. 23. 16:35

자식 눈치

 

 

 저는 직업상 늘 이(가)상한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공의 특성상 치아가 거의 없는 어르신들의 틀니와 임플란트 시술을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을 치료하다 보니 참 이러저러한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자주 얼굴을 보다보면 대부분 이해가 가게 됩니다. 그 중에서 늘 겪게 되는 이상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다름 아닌 자식들 눈치를 보는 어르신들 입니다. 처음에는 자식들이 어떻게 하기에 저렇게도 눈치를 보실까 하는 생각에 화를 낸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르신의 마음을 조금은 알겠습니다.

 

 

 "어머니, 뭐 그리 눈치를 보세요? 이제 자식들 덕을 보실 만큼 시간이 지났잖아요. 어려운 시기에 낳아서 길러주신 것만으로도 이정도 보상은 받으실 자격 충분하시니까 당당하게 치료 받으시고 자식들보고 돈 내라고 하세요."

 하지만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거의 모든 어르신들의 대답은 이렇게 돌아옵니다.

 "내가 해준 게 뭐 있다구. 자기들 살기도 힘든데 이런 내가 짐이지 뭐. 그래도 먹기는 해야겠구. 이 몸이 왠수지.”

 

 이가 없어서 제대로 식사를 못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대부분 소화기관에도 문제가 많으셔서 내과 진료를 받으십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이를 제대로 해 넣고 나서 소화기관의 문제가 많이 해결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만큼 씹는 것이 소화에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그나마도 어르신을 직접 모시고 병원을 찾는 자식들은 제가 보기엔 대단한 효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어르신들은 자식덕을 보지 않으려고 자식들에게 손 안 벌리고 수년간 모아온 쌈짓돈을 가지고 오시니까요. 모시고 오는 자식들은 대단한 입심(?)을 자랑합니다.

 "이 해 넣고 갈비도 뜯어야 하니까 책임지고 잘 해주세요. 안 그러면 돈 못 드립니다." 부터 시작해서 어르신께서 자칫 틀니를 처음 사용하시는데 힘들어 하시면 모든 책임은 저에게 돌아옵니다.

"아니 틀니를 어떻게 만들었길래 비싼 돈을 들였는데 아직도 죽만 먹게 해?" 틀니의 특성상 적응기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제게 큰 소리를 지르면 더 잘 사용하실 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보나 봅니다.

 

"아이구, 원장님이 이해해. 저 아이가 좀 성깔이 있어. 내가 아직 잘 못 먹으니까 속상해서 그런가봐."

이럴 때 저는 어르신께 늘 귓속말로 말씀드립니다.

"어머니, 저는 괜찮아요. 금방 적응하시고 잘 쓰실 겁니다. 그래도 어머니, 저렇게 대신 큰 소리 쳐주는 자식들이 곁에 있으시니까 속이 든든하시죠?"

"내가 그런가? 하하"

 

자식들 눈치를 늘 보시면서도 그 어떤 모습도 늘 자랑스러워하는 당신들이야 말로 우리가 늘 기억해야 하는, 늘 감동을 주시는 분들입니다. 이제는 눈치 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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