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
지난달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10년 후 유망직업에 대해 발표한 적이 있었습니다. 1위 그룹에 치과의사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죠. 이제는 인기가 없어질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거든요. 여하튼 10년후에도 유망하다고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니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치과의사란 직업을 가지게 된지 10여년이 지났습니다. 대학에 들어갈 때부터 어찌보면 저의 직업은 이미 정해졌던 완료형이었던 것이죠. 다만 그 직업에 어떤 자세로 임하고 또 그 직업을 통해서 내가 무엇을 얻고 또 무엇을 나눌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아직도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우리는 흔히 직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천직, 소명, 직분, 책임, 봉사, 전문 등의 용어를 사용합니다. 직업의 선택과 직업윤리 등에 대해서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란 세대여서 그런지 이제라도 저의 직업관이랄까 뭐 그런 것을 나름대로 정리해야할 필요성이 느껴집니다. 어쩐 직업의식을 가져야 할까 여러분도 저와 함께 고민해 보세요.
가장 바탕이 되어야 하는 직업의식은 바로 '소명(召命)'입니다. 우리가 흔히 소명의식(召命意識)이라고 부르는 것은 원래 수도자나 사제(司祭) 등의 특수한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신의 부름에 응해야 한다는 특별한 직업관을 의미했습니다. 예전에 천직(天職)이라고 해서 하늘이 내려준 직업이라고 말했던 것은 다분히 자신이 직업을 선택할 수 없는 제한된 상황에서 자주 사용했습니다. 다른 직업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수는 없습니다. 이때 천직의식은 이런 정신적인 면을 채워줄 수 있는 좋은 직업의식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좀 다릅니다. 천직이라고 보기 보다는 이 직업에 쓰임을 받기 위해서 신에게 부름을 받았다는 것이지요. 즉 자신이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신의 부름(Calling)에 응했다고 본다면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천직'이라고 보면 맞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신께서 주신 선물의 개념이 더해진다면 진정한 '소명의식'을 가질 수 있는 직업인이 되지 않을까요? 이러한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우리가 직업을 통해 얻고 또 해야할 일들은 무엇일까요?
첫째, 섬김입니다. 섬기다의 사전적 의미는 '신이나 윗사람을 잘 모시어 받들다'의 다소 종교적인 관점 이외에도 '사회적으로 보람있는 일이 이루어지도록 힘이나 정성을 기울이다'는 뜻이 있습니다. 이 뜻의 의미가 바로 진정한 서비스 정신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즉 직업을 통해서 사회적인 보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서비스한다는 말입니다. 사람과 사회를 위해서 서비스하는 섬김의 자세가 직업의 첫째 사명이 아닐까 합니다.
둘째, 물질입니다. 우리가 직업과 소명을 나누어 구분하는 잣대로 경제적인 것을 이야기합니다. 소명은 경제적인 것을 배제하고 직업은 실던좋던 돈을 벌기위해 해야하는 것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돈을 벌기위해 일하는 것이 마치 진정한 직업관이 아닌 것처럼 이야기 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잘못된 수단이나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닌 이상 돈을 버는 행위는 직업과 소명의식에 모두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습니다. 성경에는 '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데살로니가후서 3장 10절)'고 했고 '자기 가족을 경제적으로 돌보지 않는 자는 불신자보다 더 악하다(디모데전서 5장 6절)'고까지 말씀하고 있습니다.
셋째, 나눔입니다. 두번째 요소인 물질이 자신을 위해서만이라고 한다면 그 가치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것이라면 그 가치는 달라집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도와주는 것은 직업을 통해, 그리고 직업을 통해 얻은 돈을 가치있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두번째 요소인 물질에 많이 집착하는 직업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랬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섬김과 나눔으로 균형을 잡지 않는다면 가치없는 직업관이 될 수 있습니다. 소명의식을 가지고 섬김, 물질, 나눔이라고 세가지를 실천한다면 정말 가치있는 직업의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알바니아는 저의 어렸을 때 살던 동네와 너무나 흡사했습니다. 70년대 우리나라 모습이라고나 할까요...
많은 집들이 우리나라처럼 기와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잦은 고장으로 우리 치과팀을 힘들게 했던 이동식 체어입니다. 그래도 고마운 장비죠...
알바니아에서 치과의료 봉사활동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치과의사란 직업을 통해서 섬김과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알바니아는 참 제 눈에는 익숙한 곳이었습니다. 70년대 제가 어렸을 때의 동네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많았습니다. 뛰어 노는 아이들고 피부색과 말이 다를 뿐 옛친구를 생각나게 할 정도였으니까요. 진료행위를 하는 것은 똑같은데, 장소만 바뀌었을 뿐인데 제가 하는 행위와 바라보는 눈은 정말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업에 대해 또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시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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