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원장의 책갈피 (189) 막장 드라마
막장 드라마
저는 드라마를 즐겨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를 생각해보면 가족드라마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막장 드라마가 무척이나 많아졌다고 합니다. 도덕적인 비난이 쏟아지더라도 시청률은 건전한 가족드라마 보다 훨씬 높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막장드라마는 사전적으로 복잡하게 꼬여있는 인물관계, 현실 상으로는 말이 될 수 없는 상황설정, 매우 자극적인 장면을 이용해서 줄거리를 전개해가는 드라마를 일컽습니다. 요즘 정치나 대기업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막장드라마가 따로 없어서 현실에서 보는 것 보다 더 자극적인 것을 내보내야 하기 때문에 드라마의 내용은 점점 더 막장으로 가기도 합니다. 막장드라마의 3대요소를 불륜, 출생의 비밀, 기억상실증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현실, 출생이 남다른 안타까운 과거, 드라마틱한 틀에 맞추기 위한 기억상실증이 조화를 이루게 됩니다.
막장 드라마는 우리가 늘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뭔가 일이 잘 안 풀린다 싶으면 대뜸 막말을 쏟아내거나 잘못된 일의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골치아픈 인간들은 조직의 활력을 앗아가는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들입니다. 평화롭던 일터를 순식간에 끔찍한 막장드라마의 무대로 만들어버리는 그들은 팀원들간의 협력을 가로막는 내분을 일으키고, 은밀하게 뒷담화를 즐기며, 아무 성과도 없는 회의로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불필요한 경쟁과 영역다툼으로 끊임없이 갈등과 불화를 조장함으로써 팀원들의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효율적인 업무의 흐름을 방해합니다.
지난 10여년 간 많은 조직에서 수천여 명이 넘는 CEO의 리더십 역량을 증대시키고 팀빌딩수련회와 경험 중심의 워크숍을 통해 직장인들을 생산적이고 협력적인 팀원으로 성장시켜 온 변화촉진자 짐 워너와 케일리 클렘프는『일터를 전쟁터로 만드는 골치아픈 인간 길들이기』에서 갈등과 불화가 심한 조직을 이끌어온 리더 3,000여 명과 강도 높은 토론을 벌인 결과, 일터에 이런 비효율적인 알력이 생기는 근본원인은 서로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막장드라마의 주인공들, 즉 불평꾼, 냉소가, 통제관, 돌보미 등 네 유형의 방해꾼들 때문임을 밝혀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들은 제 마음 내키는 대로 날뛰며 팀원들의 사기와 업무의욕을 저하시키고 있을 게 분명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리더들이 이들이 벌이는 행태에 대해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이유는 첫째, 이 방해꾼들의 심리와 행동, 대처법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괜히 잘못 손댔다가 까탈스럽지만 똑똑한 인재를 화나게 만들어 사표를 내던지고 뛰쳐나가기라도 하면 그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올까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어떻든, 만일 리더들이 이들을 제압하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한다면 결국 회사에 꼭 필요한 유능하고 충성스러운 팀원들이 막장드라마의 희생자가 되어 사표를 쓰게 될 것이며, 리더들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팀의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는 데 쏟아야 할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인사문제며 갈등과 불화를 줄이는 일에 허비하게 될 것입니다.
▶네 가지 유형의 방해꾼들의 심리와 행동
희생자인 척하는 연기에 뛰어난 불평꾼은 불평을 예술의 경지로까지 승화시킵니다. 뭔가 일이 잘못되면 곧 상대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그는 늘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채 해결책은 찾을 생각도 않고 “내가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아무도 몰라?” 하고 징징대면서 도망갈 궁리만 합니다. 역경과 맞서는 훈련을 해본 적 없는 그에게 세상은 그저 무서운 곳일 뿐입니다.
불편한 상황을 감내하지 못하는 그는 갈등과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며, 인생이라는 무거운 짐을 대신 져줄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늘 갈망합니다. 또 그는 약속은 곧 책임을 의미하므로 결코 명확하게 언질을 주는 법 없이 늘 안전위주로 처신합니다. 특히 노련한 조종자인 만성적인 불평꾼은 상대에게 죄의식을 불어넣는 전략을 씁니다.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혀와 지력으로 가차없이 상대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냉소가는 어떤 일에서나 “그 일이 될 리가 있겠어”? 하고 차갑게 코웃음치면서 주변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리고 창의성과 혁신의 싹을 잘라버립니다. 변덕스럽고 신경질적인 그는 자기보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 특히 감히 자기에게 맞서는 사람들을 혐오합니다.
그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자신의 결점이나 약점을 인정하는 법도 없으며, 모든 잘못된 문제는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음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말싸움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는 가벼운 대화조차도 논쟁으로 몰고 갑니다. 또 자기 영역에 관한 한 지나칠 만큼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태도를 고수하는데, 타인과 공유하면 자신의 영향력이 약해지거나 비판을 초래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최고가 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통제관은 승리에 집착합니다. 오만한 그는 언제나 “나보다 더 잘난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하고 큰소리칩니다. 그에게 일터는 피도 눈물도 없는 싸움터이며, 오직 강한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누구에게서도 정복당해서는 안 되며, 누구도 자신을 넘어서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권한을 위임하기가 어렵습니다.
실수가 드러나면 불평꾼이나 냉소가처럼 자기 잘못을 부인하면서 별 어려움 없이 희생양들을 총알받이로 세우는 그는 자기도취와 오만함에 빠진 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갈망에 사로잡혀 있으며, 사람들로부터 주목받는 방법은 오직 엄격한 통솔자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뿐이라고 믿습니다. 또 권위의식이 강하며, 자신의 관심사에만 집착할 뿐 다른 사람의 욕구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돌보미는 다른 사람들을 돕고 인정받으면서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어합니다. 다만 그가 여느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욕구가 지나친 나머지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면 자신을 희생시키는 일도 불사한다는 것입니다. 갈등과 불화를 견디지 못하는 그는 끔찍할 만큼 논쟁을 싫어해서 회피하거나 중재자로 나섭니다. 또 적극적인 문제해결사가 되고 싶은 강박욕구가 너무 큰 탓에 언제 어디서나 “그 문젠 내가 대신 처리할게요”라고 나섬으로써 오히려 다른 사람들로부터 협력하고자 하는 마음을 뺏어가고 일터의 활력마저 고갈시킵니다.
다른 사람의 딱한 처지를 외면하지 못하는 그는 자신이 그들의 고통을 없애주고 가엾은 동료(불평꾼)을 구해줘야 하며 화난 동료들(냉소가와 통제관)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행동은 언뜻 훌륭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득보다 해가 많은데, 그 이유는 각자가 감수해야 할 책임을 넘어서는 부담까지 끌어안음으로써 문제가 발생하고 해결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한 역할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가버리기 때문입니다. 즉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행동이 오히려 그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조직에 피해를 주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방해꾼들을 능력있고 건강한 협력자로 변모시키는 노하우
불평꾼 중에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그들을 불만불평과 피해의식에서 벗어나게 하고 직장인으로서 현재와 미래의 삶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면 소중한 동료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불평꾼에게는 실행계획이나 최후통첩 같은 구체적인 기준에 자기 식대로 일할 수 있는 재량권을 주고 그의 적극성과 진취적 태도를 칭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잘못됐다는 지적이나 평가를 받고 반발하거나, 수동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상사에게 알리겠다고 엄포를 놓거나, 사표를 내겠다고 위협을 한다 해도 절대로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이 일이 논쟁으로 확대된다면 그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연민어린 마음을 갖되 결코 단호한 태도를 잃어서는 안 되며, 그의 어리광대짓을 미리 예상하고 그런 행동이 빚어낼 결과에 대해 차분하고 명확하게 말해 줄 준비를 해둬야 합니다. 또 중요한 목표를 달성했을 때 제공될 보상을 미리 확실하게 밝혀두는 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거만하고 무심한 외면 밑에 비상한 통찰력과 집중력, 창의성을 숨기고 있는 냉소가는 이 재능을 자기 영역을 보호하고 남을 공격하는 데 사용하는 대신 더 높은 목적을 위해 선용하도록 해주면 혁신적인 기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는 어떤 난감한 문제도 재빨리 본질을 꿰뚫고 핵심을 인지함으로써 소중한 협력자이자 능숙한 위험관리자가 될 수 있으며, 타고난 탐구능력으로 다른 사람들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그는 협상을 싫어하므로 단도직입적이고 명확하게 기대하는 바를 설명해서 합의를 받아내야 하며, 필요한 순간에는 최후통첩을 선언해야 합니다. 그를 멘토로 삼아 가끔 그의 의견을 들려달라고 요청하고,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칭찬해 줘야 합니다. 그의 능력을 믿어주고 그의 도전의지를 자극함으로써 아무도 해결할 수 없었던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궁리해 내게 해야 합니다. 또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그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뤄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효율적이고 철저하게 과제를 완수해 낼 뿐만 아니라 압박을 받을수록 더 강인한 정신력과 단호한 의지를 보이는 통제관은 조직에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는 일을 성취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고 자기정체성을 발휘하는 탁월한 존재이며, 자신의 영역을 다스리는 리더가 되고자 하는 욕구가 강렬하지만 적절한 코치를 받으면 진정한 리더에게 충성심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는 리더십 욕구가 강렬하므로 자신만의 영역에 경계를 정해서 관리하게 하고, 도전을 즐기므로 자주 과제를 내주고 스스로 분발하도록 독려해야 합니라. 질책이 필요할 때는 신속하고 단호하며 은밀하게 하고, 여러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그가 결정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단력과 독립성을 칭찬하고, 그의 무시 못할 존재감을 인정해 주면서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기보다는 권한위임을 할 수 있게 이끌도록 해야 합니다.
그의 끈기와 강인함에 감사를 표하고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유능한 존재임을 확신한다는 믿음을 표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가 인내심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때나 마감시한에 맞춰 임무를 완수했을 때 공개적으로 치하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정으로 다른 사람의 행복을 염려하는 유쾌하고 열렬한 지지자이자 능력있는 중재자인 돌보미는 사람들을 화합시키는 법을 아는 귀중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적절하게 코치받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지나칠 정도로 구원투수를 자처하고 나서는 방해꾼 성향을 버리고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와 지지하는 마음이 바탕이 된 환경을 조성해 주고 그의 노력과 헌신을 자주 칭찬해야 합니다. 단, 너무 부드럽게 대하면 즉각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으므로 수위조절이 필요합니다. 그의 무리한 약속이 팀에 어떤 피해를 주었는지 깨닫게 하는 한편 어려운 인사결정을 하거나 명확하게 한계를 정했을 때 칭찬해 주어야 합니다.
그가 구원투수 역할을 그만두게 될 경우 사람들이 드러내보이는 부정적인 반응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느낄 때에는 다른 사람의 책임까지 떠맡곤 하는 바람에 그들의 부실한 행동을 부추겨온 것이며, 이 점이 바로 그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도록 해야 합니다. 더불어 그가 균형감각을 찾지 못하면 결국 완전히 지쳐버리고 말 것이며, 이렇게 되면 다른 사람들은 물론이고 특히 그 자신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임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