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원장의 책갈피 (183) 고스톱
고스톱
동양화 48쪽을 가지고 노는 '화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놀이입니다. 화투를 한자로 쓰면 '花投'입니다. 원조격인 일본에서는 화찰(花札-하나후다)라고 부릅니다. 꽃이 그려진 카드를 던지는 게임, 또는 꽃이 그려진 카드를 맞추는 게임이라는 뜻이지요. 얼마전 일본인 친구에게 화투를 물었습니다. 일본에서 유래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처음 듣는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카드놀이로 알고 있더라구요. 이렇듯 화투가 19세기에 일본에서 들어왔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없어지고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꽃피운 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스톱은 망국병이라고 하지만 명절에 가족들과 치는 고스톱 한판은 우리나라에서 없어서는 안될 명절놀이 문화중 하나가 된지 오래입니다. 도박이 아닌 놀이로 즐기면 더 좋겠지요. 고스톱의 규칙은 지역에 따라서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대략 공통적인 룰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규칙을 잘 들여다 보면 삶의 교훈을 만만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스톱의 규칙에서 삶의 규칙을 끄집어 내 봅시다.
다음의 내용은 유영만 교수님의 <생각지도 못한 생각지도>에 나오는 고스톱에서 배우는 자기개발 스킬에 대한 내용입니다.
비풍초똥팔삼의 원칙 (포기와 버림 이롬) → 강점을 키우고 약점을 버려라!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의 강점역량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약점역량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필요한 역량을 빌어다 쓰는 힘, 즉 차력(借力)이 뛰어납니다. 인적 네트워킹을 구축하여 내게 부족한 부분을 적절히 끌어다 쓰고, 강점역량은 분명히 부각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즉 선택과 집중을 확실히 하자는 것입니다. 선택이란 한편으로는 어느 한쪽의 포기를 의미하는데, 포기해야 할 것을 내던질 때에는 비풍초똥팔삼의 순서로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나머지 화투장으로 판세를 이끌어나가는 전략이 구상됩니다. 모든 것을 움켜쥐고 모든 부문에서 승리하려는 전략을 수립한다면 곧 패전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449통을 피해라 (GS-2 이론) → 딜레마에 빠졌다면 어떤 스킬을 활용할 지 전략적으로 고민하라!
띠 5장을 따야 일점이 되는데 4장만 땄으니 빵점, 십자리 5장을 따야 일점이 되는데 4장만 땄으니 역시 빵점, 마지막으로 피 10장이 일점인데, 9장만 땄으니 빵점. 결과적으로 17장을 땄음에도 불구하고 일점이 안되는, 근면성을 발휘했으나 결과적으로 장렬히 전사한 비운의 사례입니다. 그런데 옆 사람은 달랑 단 3장 따다 놓고 17장을 딴 나를 제압합니다. 고스톱에서 3점으로 스톱할 수 있는 사례는 많습니다. 고도리, 쿠사, 청단, 홍단 등. 결국 게임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작은 노력으로 스톱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한 사람이지 많은 화투장을 바닥에 화려하게 깔아놓는 사람이 아닙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3가지 스킬을 조합해 주어진 딜레마적 상황을 탈출하고 목표달성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입니다.
광박 (승부수 이론) → 인생은 결국 힘 있는 놈이 이긴다!
광이 결국 힘이라는 것을 깨우치도록 해 최소한 광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인생에서 실패하지 않음을 가르칩니다. 만약 누군가 광으로 점수를 나고 내가 광 하나 없는 '박'으로 게임에서 진다면 상대에게 두 배로 돈을 물어야 합니다. 따라서 지더라도 최소한 '박'은 면해야 게임에서 지더라도 큰돈을 잃지 않습니다. '박'을 면하려면 상대방이 '박'으로 승부를 보려는 의도가 보일 경우 게임을 풀어나가면서 '박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을 필사적으로 강구해야 합니다. 따라서 어떤 상황이 다가와도 자신 있게 나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비밀병기 하나 정도는 숨겨둡시다. 평소에는 조용히 칼을 갈다가 결정적 순간에 광으로 승부를 걸듯이 칼을 뽑아들고 단칼에 승부수를 던집시다. 승부수를 던지는 상황은 반드시 옵니다. 누구에게나 평생 3번의 기회가 온다고 합니다. 그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거머잡아 승전보를 울려야 합니다.
피박 (낭패 이론) → 쓸모없어 보이는 피가 얼마나 소중한가!
사소한 것이라도 결코 소홀히 하지 맙시다. 고스톱에서 피박을 면하려면 피 6장이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12장의 피로 점수가 났을 때 내 피가 6장이 안되면 배를 물어야 합니다. 이는 평소 별 볼일없고 하찮게 생각되던 것이라도 유사시에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임을 알려주는 힌트입니다. 탁월한 업무성과를 내는 사람은 하찮은 일이라도 중요한 의미를 부여해서 성심성의껏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합니다. 의미없고 가치없는 일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길가의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에도 저마다 존재의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업신여기다 낭패 볼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밑거름이 되고 도움이 되니 작고 보잘것없는 일이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맙시다.
쇼당 (의사결정 이론) → 고스톱의 백미 쇼당!
살면서 양자택일의 기로에 섰을 때 현명한 판단력을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쇼당이란 영어로 'showdown'인데, 흔히 포커에서 가진 패를 다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A,B,C 세 사람이 고스톱을 칠 경우 B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 패를 내도 A나 C가 나게 되어 있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쉽게 패를 낼 수가 없어서 쇼당을 붙이는 것입니다. 이때, C가 다음에 칠 차례인데, 어느 패가 나오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으면 쇼당을 받습니다. 그러면 B는 A가 날 수 있는 패를 던집니다. 정말로 C가 나면 나머지 두 사람 A와 B는 돈을 내면 되고, C가 못 난 채 A가 난다면 C가 독박을 쓰는 것입니다. 물론 이때 B는 돈을 안내도 됩니다. 쇼당의 위기 또는 딜레마적 상황이 닥쳐왔을 때 주어진 판세를 읽고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현명한 의사결정 능력이 요구됩니다.
독박 (무리수 이론) → 무모한 모험이 실패하면 속이 뒤집힌다!
고스톱에서 3점을 먼저 난 사람은 경기를 중단할 수도, 더 높은 점수에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더 높은 점수에 도전하다가 그 게임에서 지는 것이 독박입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진 몫까지 독박을 쓴 내가 모두 물어야 합니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습니다. 적정선에서 스톱을 외쳐야 지금까지의 점수로 돈을 딸 수 있는데 더 욕심을 내다가 딴 돈까지 모두 잃는 경우가 독박입니다. 독박을 면하려면 이제까지 확보한 점수와 나머지 두 사람의 판세를 읽어낼 줄 알아야 합니다. 절대로 무리수를 쓰지 맙시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능력발휘를 하고 하산 할 시점이 되면 과감하게 하산합시다. 그것이 롱런할 수 있는 길입니다. 내가 가진 능력 이상으로 욕심을 부려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다보면 이제까지 쌓아놓은 공적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비운을 맛볼 수 있습니다.
고 (상황판단 이론) → 인생은 결국 승부, 도전정신과 배짱!
독박을 면하는 길과 고를 외치는 길은 전혀 다른 양극단의 의사결정 상황입니다. 고를 외치다가 독박을 쓰게 될 리스크가 존재할 수도 있고, 고를 외친 것이 현명한 의사결정으로 판가름 나 더 많은 돈을 거머쥘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지금까지 돈을 많이 잃었기 때문에 열 받아서 고를 외친다면 패망의 지름길임을 명심합시다. 고를 할 지 말지는 상대편 두 사람이 따다 놓은 패와 패의 조합을 읽고 난 후 신중하게 내려야 합니다. 따라서 순간적인 판단이 필요합니다. 승승장구할 때 계속 밀고나갈지, 아니면 이 시점에서 잠시 스톱하고 멈출지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지향하는 목표점에 비추어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대담한 승부사 기질이 필요합니다.
스톱 (멈춤 이론) → 안정된 투자정신과 신중한 판단력을 증진!
미래의 위험을 내다볼 수 있는 예측력을 가르칩니다. 인생은 성장과 발전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의 성장과 발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장과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멈춤이 중요합니다. 멈춤은 게으름의 극치가 아니라 질적 도약을 위한 적극적 숨고르기입니다. 늘 반복되는 일이지만 어제보다는 오늘이 낫게, 오늘보다는 내일을 지향하는 마음가짐과 자세를 보듬고 가꾸기 위해서는 속도와 효율의 미신에 홀려서 목적지를 상실한 채 앞만 보고 달려가는 여정을 과감히 포기하고 지금 여기서, 아무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나만의 독창적인 능력을 개발함으로써 이를 근간으로 보다 멀리 높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멈춤의 지혜입니다. 멈춤은 소극적 회피나 게으름의 표시가 아닙니다.
나가리 (인생무상 이론) → 인생은 곧 '나가리'라는 허무를 깨닫다!
그 어려운 '노장사상'을 단박에 이해할 수 있는 이론입니다. '나가리'는 일본어 에서 온 말인데 어떤 일이 무효가 되거나, 계획이 허사가 되어 중단되었을 때, 또는 서로의 약속을 깨고 없었던 일로 할 때 쓰는 말입니다. 깨짐, 유산, 허사, 무효 등 우리말로 고쳐 써야 하지만 화투판에서 상용어화된 말이 일상에서도 많이 사용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전의 경험적 산물과 이룬 업적 또는 공적에 대해서 깨끗이 잊고 다음 일에 대한 준비를 되도록 빨리 착수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그리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음에도 왜 나가리 상황이 발생했는지 철저하게 원인을 분석하여 다음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하는 것이 지혜로운 처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