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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원장의 책갈피(172) 마음의 근육

수리수리동술이 2011. 7. 31. 19:12

마음의 근육

 

 인간이 받는 스트레스는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인 스트레스 이외에도 생리적 스트레스, 정서적 스트레스, 사회적 스트레스 등 이루 말할 수 없게 많습니다. 즉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이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혼자서 사는 것 자체도 스트레스겠지만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 중 많은 것들이 사실 함께 하는 사람들 때문인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는 업무 자체의 스트레스도 있지만 직장내 인간관계 때문에 생기는 것이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둘째로 치더라도 일하는 것 자체로 우울증을 유발하는 직업들이 많습니다. 감정노동자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앨리 러셀 혹실드는 1983년 '감정노동 (The Managed Heart)' 이라는 책을 통해서 감정노동의 강도가 강한 서비스업에 드리워 있는 인간성과 감정의 상실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감정노동자들의 대다수는 같은 직업에 몸담고 있는 직장 동료를 통해서 서로 위로하고 해결책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직장내에서의 인간관계마저도 스트레스를 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화사 우울증'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회사에서는 무기력하고 우울한 상태를 유지하는 직장인이 회사를 벗어나면 활기를 되찾는 증세를 일컫는 이 말은, 직장인 스트레스 관리가 곧 기업의 생산성과 직결되는 문제로 떠오르면서 비즈니스의 가장 심각한 이슈가 된 요즘 더욱 많이 거론되고 있는 말입니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3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회사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한 직장인이 62.9퍼센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7년 조사 당시에는 44.6퍼센트였던 비율이 놀라울 정도로 올라간 것인데, 그만큼 직장인들의 심리상태가 불안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초간>(원제: The Law of the Garbage Truck)은 이러한 회사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직장 내 인간관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메스를 든 책입니다. 기존의 감정조절 책들이 타인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마음정화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 책은 타인의 부정적인 감정이 내게 애초부터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만드는 실용적인 해법인 '3초 법칙'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즉 내 감정이 물들기 전 아예 부정적인 감정을 튕겨버리는 완충지대 역할로서 3초를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책의 초반부에는 자신의 마음 근육을 테스트해보는 항목이 있습니다. 이 테스트를 통해서 자신이 타인의 분노, 화, 짜증에 얼마나 휘둘리고 있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남에게 그런 것들을 쏟아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원제가 '쓰레기차의 법칙(The Law of the Garbage Truck)'인 이유는 저자의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20년전 택시를 타고 가던 중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당할 뻔 했습니다. 난폭하게 운전하는 상대 운전자가 도리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지만 그가 탄 택시기사는 놀랍게도 그저 미소를 지은 채 손을 흔들며 상대 운전자의 행운을 빌어주었습니다. 기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던 저자는 어떻게 그렇게 침착할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이 때 택시기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치 쓰레기차 같아요. 절망감, 분노, 짜증, 우울함 같은 쓰레기감정을 가득 담고 돌아다니거든요. 쓰레기가 쌓이면 자연히 그것을 쏟아버릴 장소를 물색하게 되지요. 아마 그대로 내버려두면 그들은 당신에게 쓰레기를 버릴 거예요. 그러니 누군가가 얼토당토않게 화를 내고 신경질을 부리더라도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그냥 미소를 지은 채 손을 흔들어주고는 다른 일로 주의를 돌리세요. 제 말을 믿으세요. 틀림없이 전보다 더 행복해지실 겁니다." 이 말에 감동을 받은 저자는 그 이후 타인의 부정적인 감정에 상처받지 않는 법, 나아가 남에게 상처 주지 않는 법에 관해서도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이 '3초의 법칙'을 만들게 된 것이랍니다.

 

3초의 법칙 세 단계

 

1단계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내뱉고 싶은 말이 과연 내게 도움이 되는지, 내가 원래 집중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봅니다. 감정공격을 받은 첫 3초동안 자신에게 필요한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감정상태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2단계는 미소를 짓는 것입니다.
1단계에서 감정적 반응이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성적 상황판단이 되면 우선 미소를 한방 날려 지금의 감정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인위적 기분전환을 시도하는 것이지요.


3단계는 다른 일로 주의를 돌리는 것입니다.
원래 하고 있던 일 또는 하려고 했던 일로 되돌아가는 단계입니다. 성질 부리는 상대를 손봐 줄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을 분석하지도, 심사숙고하지도, 곱씹지도 말고 그냥 철저히 무시해 버리는 겁니다


 이 때 중요한 3초가 바로 1단계란 겁니다. 심사숙고의 잠깐의 순간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참을 인자 세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우리 속담과도 일맥상통하는 흔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실천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겠지요.

 

 


 

 특히나 이 책은 3초 법칙을 실생활에서 제대로 실행해나가기 위해 우리가 직장이나 집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서, 마치 내 이야기 혹은 내 친구나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그 내용이 피부로 와 닿습니다. 책을 읽자마자 바로 따라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팁을 가득 수록해놓은 것도 눈여겨볼만합니다.


"다혈질 팀장 때문에 미치겠어요"
"나쁜 사람은 아닌데 무능하니까 답답하네요"

"일부러 제 신경을 박박 긁는 것 같아요"

......

"내 공을 가로챈 상사에게 복수하고 싶어요"

"실수투성이인 사람을 이해할 수 없군요"

"누가 짜증을 내면 괜한 사람에게 화를 내게 돼요"

......


 자신의 경우라고 생각되는 것이 하나쯤은 분명 있을 듯한 소제목들이 일단 눈에 들어옵니다. 이렇듯 원론적인 이야기를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마주칠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해법을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 꼭지가 끝날 때마다 감정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연습 및 3초 법칙을 어떤 식으로 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어 매우 실용적입니다.

1장에서는 타인이 내게 쏟아내는 부정적인 감정에 영향 받지 않기 위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사사건건 일에 개입하고 남들 다 아는 이야기를 자기만 아는 것처럼 잘난 척하는 다혈질 팀장 이야기, 성실하지만 일머리가 없는 무능한 동료 이야기, 예민하고 당최 속을 모르겠는 여자상사 이야기, 무기력하고 무조건 일을 미루려는 선배 이야기를 비롯하여,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폭탄'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소개됩니다.

2장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장애물을 뛰어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과거의 나쁜 기억 때문에 현재까지 영향 받는 상황,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일이 안 풀리는 상황, 집단에서 따돌림을 받는 상황, 견딜 수 없는 시련이 닥쳤을 때의 상황 등을 자세히 제시하면서 우리에게 괴로움을 주는 여러 가지 것들로부터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풀어냅니다.

3장은 타인에게 상처 주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에 관한 장입니다. 내 공을 가로챈 상사에 대한 복수심, 실수투성이인 동료나 부하직원을 볼 때마다 울컥 하는 심정, 비협조적인 상대나 조직에 대한 분노, 시시때때로 나를 갉아먹는 불평 등 타인은 물론 종국엔 나 자신까지도 괴롭히는 쓰레기감정 퇴치법을 실감나게 다룹니다.

마지막 4장은 가정에서와 직장에서 3초 법칙을 어떻게 잘 활용하여 다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지 이야기해주는 장입니다. 감정은 순환하는 에너지와 같아서 나 혼자 감정을 잘 조절한다고 하여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자는 나 자신이 주변의 모든 사람과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순환고리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이것이 전체적으로 긍정적 감정의 순환고리가 될 수 있도록 3초 법칙을 메시지화하여 널리 널리 퍼뜨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실제로 저자의 세미나를 들은 한 여성이 자신의 직장에서 3초 법칙을 동료들에게 퍼뜨려, 더욱 행복하고 활기찬 직장을 만든 사례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긍정심리학을 오랫동안 연구한 저자의 저작답게, 책 구석구석에는 저자의 이야기를 입증해주는 풍성한 연구결과가 소개되어 있어 자칫 가볍게 느껴지는 이야기에 신뢰도를 더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상황에 비추어서 감정조절 연습을 하거나 3초의 법칙을 직접 시행해 보세요. 분명 뭔가 달라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