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원장의 책갈피 (163) 해적
해적
드디어 아이패드2를 손에 넣었습니다. 기대도 되고 이것 때문에 정신 못차릴 밤들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폰 때문에 너무 시간이 뺐겨서 아이폰을 없앴지만 결국 아이패드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시대의 상품'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드는 애플의 창업주는 스티브 잡스입니다. 누가 뭐래도 이 새대의 최고 '창조적 혁신가'입니다. 그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있지만 최근 나온 <아이리더십>은 기존의 "잡스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의 찬미글과는 차별성이 있어서 그런지 무척이나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IBM 지역책임자를 역임하고 앤디 그로브 회장과 함께 인텔을 이끌다가 1980년부터 우연히 식당에서 만난 25살의 스티브 잡스와 함께 20년 동안 애플 신화를 만들어온 제이 엘리엇이 바로 옆에서 지켜본 애플의 리더십의 비밀에 대해서 쓴 글이기 때문입니다. 잡스는 20살이나 많은 그를 '멘토' 혹은 '나의 왼팔'(잡스는 왼손잡이다)이라고 불렀습니다. 잡스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인 그는 췌장암이 걸린 잡스가 죽더라도 애플은 결코 휘청거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왜냐하면 잡스가 만들어놓은 애플의 기본 원칙, 곧 '아이리더십'이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가 말하는 아이리더십은 △밤새 줄서서 사고 싶은 완벽한 제품 △거기에 미친 인재의 선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통합 △모든 소비자가 열광하는 브랜드 만들기 등 네 가지입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통합'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경영학이 만들어질 때부터 거론돼 왔던 것으로 별 비밀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원칙들이 애플에서 생생하게 구현된 것은 사실 잡스의 카리스마 때문입니다. 엘리엇은 잡스에게 이런 원칙을 배워 자기가 스스로 기업을 경영해봤지만 숱한 난관이 쏟아져 실패를 경험했다고도 토로합니다.
이 책은 한국어판 서문이 무척이나 독특합니다. 다름아닌 삼성의 CEO들에게 하고자 하는 말부터 시작합니다. 처음 서문을 읽으면서 삼성에게 가지는 존경심을 넘어서는 뻔뻔스런 자신감이 무엇을까 궁금했습니다. 책을 덮을 즈음 그런 자신감의 중심에는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과 '애플'이라는 조직이 있었습니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이 책이 전해주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한국어판 서문1 | 삼성의 CEO들에게
한국어판 서문2 | 잡스 없는 애플이란
제1 운영체제 : 제품 개발 Product Czar “세계 최고의 소비자가 되어라”
1장 : 완벽한 제품에 대한 열정 : “당신이 쓰고 싶은 걸 만들라고!”
2장 : 디테일의 힘 “매뉴얼 없이 이해할 수 없다면 실패야”
제2 운영체제 : 인재 채용 Talent Rules “해군이 아닌 해적이 돼라!”
3장 : 팀워크 - "언젠가는 지금 이 시간을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하게 될 겁니다"
4장 : 인재 채용 - "당신이 이제까지 한 일은 쓰레기예요."
5장 : 인센티브 - “예술가들은 자기 작품에 서명을 하듯이”
제3 운영체제 : 조직 문화 Team Sports “‘예스맨’들의 그룹을 저주하라”
6장 : 기능 중심에서 제품 기반으로 - “CEO가 바로 한 기업의 최고 세일즈맨이죠."
7장 : 위기 관리 - “원칙을 고수하되 판을 다시 짜라”
8장 : 회복과 재기과정 - “군살을 도려내며 더욱 강력한 가속 패달을”
9장 : 통합적 관점 - “이대로 만들 겁니다. 난 가능하다고 생각하니까요.”
10장 : 혁신 전도사 -"음원 해적을 진압하는 대신 음원 구매를 더 쉽게!“
제4 운영체제 : 브랜딩 Different View of Selling “모두가 열광하는 갖고 싶은 제품”
11장 : 광고 전략 - “인간 말종이라더니, 우리를 모방하고 있잖아?”
12장 : 유통 - “온라인에서, 아이튠즈에서, 그리고 애플 매장에서”
13장 : 애플의 로드맵 - “성공작은 아니죠. 단지 모두가 갖고 싶어 했을 뿐이예요”|
애플의 운영체제 : 잡스처럼 된다는 것 on Becoming Stevian
14장 : 애플의 CEO
그렇다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스티브 잡스처럼 되기 위한 조건, 과연 무엇일까요?
첫째, "권위적인 개발자와 경영자만으로는 안된다. 소비자가 돼라."입니다.
잡스의 제품에 대한 열정, 완벽한 제품에 대한 열정은 유별납니다. 그 자신 최고의 소비자였던 스티브는 음악에 대한 뜨거운 애정으로 아이팟을 탄생시켰고 편한 휴대폰을 쓰고 싶다는 바람을 스스로 실현했습니다. 스티브가 "어떤 아이디어, 아니면 바로잡고 싶은 문제"로 불타올라야 한다는 말은 열정이란 말로 바꿀 수 있습니다. 많은 기업이 창조적인 제품을 만들려고 애쓰면서도 좀처럼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엘리엇에 따르면 디테일의 힘입니다. 그런 면에서 잡스는 꼼꼼함의 화신이라 부를 정도로 자잘한 세부 내용에 집중한 것으로 유명하고 에피소드도 많이 남겼습니다. 디자인에서부터 사용자 인터페이스, 마케팅과 포장, 그리고 제품의 광고 및 판매방식, 매장에 이르기까지 그는 세목을 일일이 챙기고 더 편하고 새로운 방식을 지속적으로 팀원들에게 요구했습니다. 제품 설명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쉬워야 한다는 믿음과 이를 사용자의 입장에서 느끼고 판단하고 바꾸는 게 애플 마법의 비밀입니다. 직접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는 진부한 얘기가 그에게는 뭔가 달라보입니다.
둘째, "해군이 아닌 해적을 끌어 와라."입니다.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 시리즈를 보면 묘사된 해적들이 생각보다 멋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절도있고 잘 훈련된 함대보다 해적들이 더 싸움을 잘하고 오히려 더 멋져보입니다. 영화상 설정이긴 하겠지만 잡스도 이런 해적스타일을 좋아했나 봅니다. 그는 ‘범생’ 직원들은 사절했습니다. 잡스는 해적처럼 도전과 자유의식이 충만한 인재를 영입하는 데 탁월했습니다. 맥 컴퓨터를 개발할 때였습니다. 앤디라는 엔지니어를 데려오려 했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남은 일 마치려면 며칠 더 걸려요.” 잡스는 그 자리에서 앤디의 컴퓨터 플러그를 뽑곤 밖으로 나가 자신의 벤츠에 PC를 던졌습니다. 잡스는 그런 식이었습니다. 해적 두목 같은.
세째, "예스맨은 거부하라."입니다.
잡스는 1985년 애플을 나와 97년에 복귀하면서 디자인실장인 조너선 아이브와 아이맥 컴퓨터 원형을 개발했습니다. “우리가 설계도를 들고 엔니지어에게 갔을 때 이러더군요. ‘불가능합니다. 38가지 이유가 있어요’. 그러나 우린 그대로 만들겠다고 했죠.” 잡스 고집으로 대히트 작품이 나왔음은 물론입니다. 그가 평소 강조한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구텐베르크(활자 개발)가 했던, 그런 창조적 일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