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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원장의 책갈피 (148) 돈으로 못사는 시계

수리수리동술이 2011. 1. 29. 18:53

돈으로 못사는 시계

 

 흔히 명품시계라고 하면 오메가나 롤렉스를 떠올리실 겁니다. 하지만 명품이라고 부르면 서운해 하는 초명품이라고 부르는 시계들이 있습니다. 보통 3대 초명품시계는 바쉐론 콘스탄틴, 브레게, 파텍 필립을 말합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1755년 스위스에서 시작된 가장 오래된 명품시계입니다. 나폴레옹이 가장 아끼던 물건이 이 시계였고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대관식때 스위스에서 보낸 공식 선물이었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메니아로 알려져 있는 브레게는 우리나라에서는 김희선의 예물시계로 더 유명했었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맘에 드는 제품을 주문하고도 긴 제작 기간 때문에 결국 완성된 시계를 만져보지 못하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일화로 유명하지요. 가장 클레식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파텍 필립은 카를라 브루니가 남편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선물한 시계입니다.

 

 

 초명품시계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가장 저렴한 것도 수천만원이고 수억에서 수십억에 이르는 제품이 대부분입니다. 2010년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시계 경매에서 손목시계 최고가가 66억원으로 갱신되었습니다. 그 제품은 다름아닌 파텍 필립의 1944년작 <크로노 그래프 1527>입니다. 희귀보석도 아닌 시계가 왠만한 빌딩가격이라는 것이 놀랍습니다.

 

크로노 그래프 1527

 

 최근 미국의 포천지는 '손목시계의 고상함을 표현할 수 있는 시계 1위'로 단연 파텍필립을 꼽았습니다. 다른 초명품시계와의 경쟁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세계 1위의 시계 파텍 필립이 가지는 자부심과 고집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특별합니다.

 

첫째, 파텍 필립은 예술을 고집합니다. 많게는 1000개 이상의 부품을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완성하는 작업은 적게는 2-3년에서 길게는 9년의 제작기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즉 장인의 혼을 담는 예술의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둘째. 독보적인 기술력입니다. 파텍 필립은 1846년 세계 최초로 독립 분침을, 2년후에는 자동 태엽을 개발했습니다. 1851년에는 세계 최초로 용두시계를 만듭니다. 20세기 회중시계에서 손목시계로 사업의 중심을 이동하면서는 정밀한 기술 개발에 몰두해 영구 캘린더, 미닛 리미터, 천문학 컴플리케이션등 독자적인 기술력을 계속 선보였습니다. 다른 명품시계들 모두 파텍 필립의 기술력만은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셋째, 고전적이고 심플한 디자인을 고수합니다. 파텍 필립이 고가라고 해서 보석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것을 상상하시면 오산입니다. 대부분 보석이 박혀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보석하나 없는 시계가 수십억이라니 놀랍지 않습니까? 이 고집은 시계의 본질인 다이얼의 문자, 바늘의 움직임 등을 통해 감동을 선사하고자 하는 기업의 철학적 포부 때문이랍니다.

 

넷째, 명품시계중 유일하게 자체 품질 인증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품질인증은 제네바 실(Seal)이라는 스위스 시계 인증이 있습니다. 하지만 파텍 필립은 이미 자신들은 그 인증의 기준을 뛰어넘어서는 내구성과 정밀도를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더 높은 인증 기준을 만들어서 '파텍 필립 실'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체 품질의 엄격한 관리를 통해 더 명성을 더하고 있는 것입니다.

 

 명품 시계 시장은 품질의 고평준화로 그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이러한 경쟁에서 파텍 필립이 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이렇듯 분명한 이유가 있어보입니다. 파텍 필립은 돈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다 살 수 있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기업의 철학에 위배되는 사람에게는 시계를 팔지 않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다소 고객에게 무례해 보이기 까지 하는 이런 자부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명성도 얻기 힘들지 않았을까요? 파텍 필립이 자체적인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은 이처럼 기업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남다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몸담고 있는 직장도 마찬가지 입니다.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만약 없다면 제품이나 서비스 등에 대한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제대로 노력할 수 없을 것입니다. 최고의 자리는 절대 거저 얻어지지 않고 또 유지 되지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