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으로...
배꼽
수리수리동술이
2010. 1. 13. 23:20




책 속으로

사람이라는 풍경을 그린 문인수의 시집 문인수의 일곱번째 시집『배꼽』. 불혹을 넘긴 나이에 늦깎이로 데뷔한 이후 절제된 언어와 애잔한 감성으로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며 시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시인 문인수가 2년 만에 펴낸 시집이다. 2007년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식당의자를 비롯하여 총 59편의 시를 엄선하였다. 문인수의 시는 단아한 맛과 잔잔하고 깊은 여운을 지니고 있다. 또한 대상의 과거 시절을 그리워하기보다는, 현상 그대로의 모습에 집중해 비루한 현재의 삶에도 활력이 있음을 끄집어낸다. 표제작인 배꼽은 그러한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그 어떤 절망에게도 배꼽은 있다고 말한다. 그의 시는 과거를 돌아보면서도 미래의 풍경을 엿보고 제시한다. 이번 시집에서 문인수는 아름다운 풍경이 만들어내는 사람을 노래하는 것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풍경을 노래하는 것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는 사람이라는 풍경의 절반은 축축한 그늘로 채워져 있으며, 시를 쓰는 일은 그런 그늘을 햇볕에 내어 말리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람만이 절경이고, 절경만이 시가 된다고 말하는 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배꼽 외곽지 야산 버려진 집에 한 사내가 들어와 매일 출퇴근한다. 전에 없던 길 한가닥이 무슨 탯줄처럼 꿈틀꿈틀 길게 뽑혀나온다. 그 어떤 절망에게도 배꼽이 있구나. 그 어떤 희망에도 말 걸지 않은 세월이 부지기수다. 마당에 나뒹구는 소주병, 그 위를 뒤덮으며 폭우 지나갔다. 풀의 화염이 더 오래 지나간다. 우거진 풀을 베자 뱀허물이 여럿 나왔으나 사내는 아직 웅크린 한 채의 폐가다. 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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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외곽지 야산 버려진 집에
한 사내가 들어와 매일 출퇴근한다.
전에 없던 길 한가닥이 무슨 탯줄처럼
꿈틀꿈틀 길게 뽑혀나온다.
그 어떤 절망에게도 배꼽이 있구나.
그 어떤 희망에도 말 걸지 않은 세월이 부지기수다.
마당에 나뒹구는 소주병, 그 위를 뒤덮으며 폭우 지나
갔다.
풀의 화염이 더 오래 지나간다.
우거진 풀을 베자 뱀허물이 여럿 나왔으나
사내는 아직 웅크린 한 채의 폐가다.
폐가는 이제 낡은 외투처럼 사내를 품는지,
밤새도록 쌈 싸먹은 뒤꼍 토란잎의 빗소리, 삽짝 정낭
지붕 위 조롱박이 시퍼렇게 시퍼런 똥자루처럼
힘껏 뼈져나오는 아침, 젖은 길이 비리다.
